"빚 못갚는다"…개인파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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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아빠와 별거한지 6개월이 됐어요. 친정 어머니는 빚을 갚지 못해 죽지도 못한다면서 자리에 누운지 오래구요."
지난 10일 서울지방법원 파산부를 찾은 주부 김순영씨(38ㆍ가명)는 2년 전만해도 평범한 가정주부였다.
한달 2백여만원인 남편 월급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큰 걱정 없이 살았다.
그러나 그는 2년 만에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은 개인파산자로 은행에 계좌조차 트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친정 어머니가 자신의 이름으로 카드 석장을 발급받은 것이 화근이었다.
한번에 2백만~3백만원씩 신용대출을 받아쓰던 친정 어머니는 연체가 되면 돌려막기를 하거나 카드대납회사를 찾다 결국 두 손을 든 것이다.
이렇게 2년 동안 불어난 카드빚은 무려 7천만원.
김씨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절망감으로 지난해 말 파산신청을 내 개인파산자가 됐다.
김씨가 법원을 찾은 것은 나머지 빚을 면제받게 해달라는 '면책신청'을 하기 위해서다.
그는 "면책허가가 안나면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김씨처럼 채무면제를 목적으로 법원에 파산신청을 내는 개인채무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지방법원 파산부(재판장 변동걸 부장판사)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모두 6백4건(전년도 이월분 포함)으로 작년 동기(2백37건)보다 1백55% 증가했다.
또 파산선고는 85건에서 3백56건으로 3백21%나 늘었다.
대법원이 올 4월까지 집계한 전국 법원 개인파산신청건수는 9백11건.
지난 98년 3백50건이던 개인파산신청건수는 99년 5백3건에서 2000년 3백29건, 2001년 6백74건, 지난해 1천3백35건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올들어 개인파산 신청자의 직업군이 다양해지고 연령층도 낮아지는 추세"라며 "특히 경력난에 아무 것도 기재하지 않은 주부파산 신청자가 전체의 60% 안팎으로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법에서 파산선고를 받은 사람중 별도의 면책신청(채무를 갚지 않도록 허가해 달라는 신청)을 한 경우는 올들어 5월 말까지 3백96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백4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면책' 판결을 받은 건수는 38건에서 1백15건(전액 98건, 일부 17건)으로 2백%나 늘었다.
개인파산 신청 급증은 카드 빚 등으로 인한 가계대출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파산부 관계자는 "개인파산이 선고되면 경제행위를 할 수 없게 되는 등 법적 불이익이 만만치 않지만 최근 면책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기대감으로 신청 사례가 크게 느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들어 5월까지 신규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건수는 33건으로 전년 동기(9건)보다 4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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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개인파산신청이란
신용카드 빚이나 빚 보증으로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진 개인을 법적으로 구제해 주는 제도.
일단 파산이 선고되면 신원증명서에 파산사실이 기재되고 공무원ㆍ변호사ㆍ의사ㆍ기업체 임원 등이 될 수 없다.
또 대출, 신용카드 발급, 계좌개설 등도 할수 없게 된다.
파산선고 후 1개월 이내에 법원에 면책을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의 면책결정이 내려지면 나머지 빚을 면제받고 법적인 불이익에 대해서도 복권돼 새 출발할 기회를 갖게 된다.
다만 재산을 은닉하거나 과소비 도박 등으로 빚을 지고 파산신청을 하는 이른바 '사기성 파산'으로 밝혀질 경우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