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3회 US오픈골프대회 정상에 올라 생애 첫 메이저대회 왕관을 차지한 짐 퓨릭(33.미국)은 괴상한 스윙폼과 짧은 드라이브샷 비거리라는 핸디캡 때문에 그동안 실력이 저평가됐던 선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7번이나 우승컵을 안았지만 퓨릭은 정통 스윙과는거리가 먼 '8자 스윙'으로 '프로 선수가 어떻게 그런 스윙을 할 수 있냐'는 눈총까지 받았다. 타이거 우즈(미국) 등 정상급 선수들이면 빠짐없이 고용하고 있는 변변한 코치한명 없이 아버지 마이크 퓨릭만 유일한 스승으로 모셔왔던 퓨릭은 이번 우승으로 '꿩 잡는 것이 매'라는 격언을 새삼 일깨웠다. 또 퓨릭은 장타자가 득세하는 현대 골프에서 단타자도 정교한 아이언샷과 섬세한 퍼팅만 받쳐주면 얼마든지 특급 대회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줬다. 퓨릭은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277.6야드로 PGA 투어 전체 선수 가운데140위에 불과하나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76.4%로 5위에 올라 있을만큼 정교한 플레이가 장기다. 또 아이언샷 그린 적중률도 70.3%로 13위에 랭크되어 있고 홀당 1.73개의 퍼팅실력도 PGA 투어 선수 가운데 26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정교함을 무기로 퓨릭은 올들어 평균타수 69.28타의 견고한 플레이를 펼쳐왔다. 퓨릭의 평균타수 69.28타는 우즈(68.44타), 마이크 위어(69.08타)에 이어 PGA투어 3위. 이번 대회에서도 퓨릭은 드라이브샷 가운데 70%를 폭이 15∼15야드에 불과한 개미허리 페어웨이에 떨궜고 아이언샷도 74%가 그린을 적중했다. PGA 투어 대회보다 한결 빠르고 단단한 그린에서 홀당 1.64개꼴이었던 짠물 퍼팅은 메이저대회 우승자로 손색이 없었다. 이같은 정확한 샷으로 퓨릭은 4일 동안 18개의 버디를 잡아내고 44개홀에서 파를 지켰으며 보기는 10개로 막아냈다. 다른 선수들이 심심치 않게 선보였던 이글은 단 1개도 없었지만 더블보기도 하나 않는 기복없는 경기력을 마음껏 펼쳤다. 메이저대회 챔피언으로 우뚝 섰지만 퓨릭의 골프 인생은 '변칙 스윙'에도 불구하고 순탄했다. 클럽 프로였던 아버지 마이크는 아들이 골프 선수가 되는 것을 꺼려 12살 때까지 골프채를 만지지도 못하게 해 풋볼과 농구를 주로 즐겼던 퓨릭은 이미 7살 때부터 크로스핸드 퍼팅 그립을 쥘만큼 골프 감각이 뛰어 났다. 애리조나대학 재학 시절 두차례나 '올스타'에 뽑혔던 퓨릭은 93년 PGA 2부투어에 뛰어 들어 1승을 거뒀고 곧바로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PGA 투어에 입성했다. 94년 루키 시즌에 3차례 '톱10'에 입상, 가능성을 보였던 퓨릭은 95년 라스베이거스인비테이셔널에서 생애 첫 우승을 거뒀고 이후 97년 한해만 빼고 해마다 1승씩을 따내는 꾸준한 성적을 올려왔다. 2승 이상을 거둔 시즌이 한번도 없었지만 98년에는 상금랭킹 3위에 오르는 등 97년 이후 지난해까지 7년 동안 상금랭킹 20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된 경기력이 돋보였다. 올해도 퓨릭은 우승은 없었지만 개막전 메르세데스챔피언십 공동6위, AT&T 페블비치 공동5위, 포드챔피언십 2위에 이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과 마스터스에서 잇따라4위를 차지하는 등 14차례 대회에서 10차례 '톱10'에 들었다. 아내 타비샤와 지난해 6월 얻은 딸 캘리 린과 함께 PGA 투어 본부가 있는 플로리다주 폰트베드라비치에 살고 있으며 최근 하와이 카팔루아에도 집을 마련했다.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머리가 많이 벗겨져 평소 경기 때도 좀체 모자를 벗지 않는 습관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