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빈 잔의 풍요로움 .. 김혜정 <삼경정보통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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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samkyung.co.kr
주말은 에너지를 재충전 시켜주는 신바람 나는 날이다.
그래서 언제나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진다.
직장동료들끼리,가족과 함께,그리고 동창생·동호인 모임 등 반가운 기다림이 있다.
야호!
주말이면 변함없이 사람들이 청계산 입구 느티나무 앞이나 북한산 입구 대도선사 앞에는 서로의 약속을 재촉해 모여든다.
지난 주말,아침부터 좀 흐린 날씨에 빗방울까지 제법 떨어지는데도 북한산 입구에는 알록달록 도시의 빌딩 숲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색깔의 티셔츠와 등산화를 신고 멋진 모자까지 뽐내며 회사 출근 시간보다도 더 정확한 시간에 모두 모여 서로의 안부를 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서울대학교 최고산업전략 과정(AIP) 24기 모임이었다.
계곡의 맑은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크게 숨을 들이쉬며 그간의 복잡하고 답답해했던 일들을 잊어버리고 힘찬 다음 주를 계획하며 내딛는 발걸음이 사랑스러웠다.
4∼5시간에 걸친 대자연과의 만남을 마무리하기 위해 우리는 계곡 옆 식당에서 골뱅이 무침과 동동주를 먹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우리 모임 회장님의 말씀에 참석자들 모두가 이심전심으로 풍요로움을 느꼈다.
동동주만큼이나 털털하고 인정 많은 회장님께서는 빈 술잔을 높이 들어 보이시더니 우리 사회에서 이기심 때문에 잘못되고 있는 일들을 얘기하며 빈 잔의 의미를 들려준다.
"빈 잔에 커피를 넣으면 커피 잔이요,소주를 넣으면 소주잔일 뿐,커피를 넣은 이후,소주를 넣은 이후,그 잔에는 다른 것을 넣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빈잔'일 때는 그 어느 것이라도 다 넣을 수 있는 넉넉함과 풍요로움이 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모두들 때로는 탐욕스러웠던 일들을 생각하며 부끄러운 표정들이다.
곧이어 내 잔을 채우려는 욕심보다 남의 잔을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사회와 이웃을 위해 봉사할 줄 아는 우리들이 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들이다.
빈 잔의 풍요로움을 가슴으로 느끼며 대자연속에서 우리의 만남은 내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