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아파트 후분양제 실시와 분양가의 상관관계를 놓고 정부와 업계 간의 미묘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민간은 줄곧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펴는 반면 정부는 상승·하락을 단정짓지 않으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을 흘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정부나 민간 모두 '분양가는 주변시세에 따라 결정된다'는 똑같은 논리를 내세우면서도 서로 다른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은 경기상황 등 외부환경이 지금과 같다는 조건을 붙인 반면 정부는 분양시점(공정률 80% 이상)에 경기가 침체하거나 거품이 빠질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아파트값이 오를지,내릴지는 후분양 아파트가 실제 분양될 2년쯤 뒤에 판가름나겠지만 최소한 어느 쪽이 더 현실적인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서민들은 아파트 값이 주변시세에 연동된다는 사실을 지난 98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이후 4년 넘게 경험해 왔다. 분양가가 내릴 수도 있다는 주장이 옹색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건설교통부는 최근 재건축 후분양제 도입을 위한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을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했다. 규개위는 검토의견에서 후분양제 도입은 재건축 아파트의 금융비용을 높여 원가를 올리고 결국 강남 등 자금력이 풍부한 재건축 아파트값을 더욱 높일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2∼3년 뒤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상승까지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음을 건교부에 상기시켰다. 규개위는 따라서 앞으로 6개월 뒤 더욱 실효성 있는 대책 도입을 검토해 보고하라고 건교부에 권고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심리게임·머니게임'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값이 내릴 수도 있다"는 정부 당국자의 말 한마디만으로도 단기적인 시장안정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근본 대책 없이 반짝효과에 집착하다가 결국 더 큰 후폭풍이 몰아쳐 낭패를 본 경험을 이미 여러 차례 되풀이해 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규개위의 충고가 아니더라도 부동산시장 안정의지가 '이빨(강남) 빠진 호랑이(5·23대책)'로 전락할 수 있다는 시장반응에도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강황식 건설부동산부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