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특별검사팀이 16일 박지원 전 문화관관부 장관을 소환,조사함으로써 특검수사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남북 정상회담 및 대북송금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난 핵심 인물이다. 특히 그동안 특검 안팎에서 '특검의 최종 목표는 박 전 장관의 사법처리'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이번 의혹 사건의 '몸통'으로 간주돼 왔다. 따라서 박 전 장관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 사법처리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사 및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얼 조사하나=박씨는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2000년 3월 김 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북측과 예비접촉을 통해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DJ정부의 핵심 인물이다. 또 같은해 4월8일 남북이 정상회담에 합의한 뒤 6월 정상회담 전까지 회담 준비를 위해 당시 임동원 국정원장과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이 참석한 '3자회의'를 주도하기도 했다. 따라서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을 상대로 대북송금과 정상회담의 관련성,산업은행에 대한 대출 압력 행사 여부,김 전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했는지 여부 등 북송금 의혹의 전반에 걸쳐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특히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참여했던 북측과의 예비접촉 과정에서 정상회담의 대가로 북송금을 논의했는지를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그동안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등 현대관계자 및 국정원 관계자들을 통해 당시 상황을 상당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박 전 장관의 진술에 따라 정상회담의 성격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박 전 장관의 변호를 맡은 김주원 변호사는 "박 전 장관은 당시 북송금 사실을 몰랐으며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처음 알게 됐다"며 "정몽헌 회장이나 이익치씨를 별도로 만나 북송금을 논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또 현대그룹 불법대출에 박 전 장관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지난 5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과정에서 박 전 장관이 이 전 수석과 함께 현대상선 대출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포착했다. 박 전 장관이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 대출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입증되면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과제=박 전 장관이 특검 수사에서 북송금 실체를 털어놓을 경우 특검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우선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의 조사 및 사법처리 여부다. 그동안 특검팀은 박 전 장관 조사 결과에 따라 김 전 대통령 조사 여부와 사법처리 방침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따라서 박 전 장관이 특검수사에서 어떤 진술을 하는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박 전 장관은 이날 "정상회담 추진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밝혀 김 전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경계했다. 박 전 장관 조사에서 복송금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이기호 전 수석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사법처리 수위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