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銀 매각협상 사실상 타결] 勞 "전산 다운시킬것"…政 "불법 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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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신한지주간 가격 협상이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조흥은행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빠르면 이번 주말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열려 조흥 매각을 마무리지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맞서 조흥 노조는 '전산망 가동중단'을 포함한 총파업을 당초 일정(25일)보다 앞당겨 강행할 태세여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막바지에 접어든 조흥 매각을 놓고 노ㆍ정간 충돌이 어떤 양상으로 치달을지는 예측불허다.
◆ 사실상 타결된 매각 협상
정부는 조흥 지분 80.04%를 신한지주에 총 3조원선에서 매각한다는 틀에 합의했다.
정부가 조흥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2조7천억원.
때문에 여기에 이자를 붙여 공자금을 모두 회수한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 정부는 3조원을 처음부터 고집했고 신한지주도 그 원칙에 합의했다.
매각 방식은 당초 신한측이 제시한 현금지급과 주식교환을 혼합한 방식이 채택됐다.
신한지주는 정부지분중 40.04%를 주당 6천2백∼6천3백원 선에 사기로 했다.
이는 신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냈던 주당 6천1백50원보다 조금 높은 것.
주식교환비율은 당초 신한측 제안(조흥주식 1주당 신한주식 0.3428주)을 그대로 따르기로 했다.
이 경우 정부는 40.04%의 지분 매각을 통해 당장 1조7천억원을 받게 된다.
따라서 주식교환을 통해선 최소한 1조3천억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주식교환에 따라 정부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신한지주의 향후 주가에 따라 바뀐다는 점.
때문에 정부는 서울은행을 하나은행에 팔 때처럼 신한주식의 최저 매각가를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신한지주는 현재 사후손실보장과 조흥 브랜드 사용, 고용승계 등 남은 쟁점을 놓고 막판 협상중이다.
남은 쟁점중 핵심은 사후손실보장 범위.
신한은 SK글로벌과 신용카드 등에서 발생하는 부실에 대해 광범위하게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손실보장을 포괄적으로 해주면 '3조원'이란 매각가가 의미를 잃을 수 있어 시비가 예상된다.
◆ 노조 파업 강행 태세
조흥 노조는 16일 직원 집단 사표제출로 총파업 태세에 돌입했다.
노조는 정부에 대한 강력한 항의표시로 이날 차장급 이하 전직원 7천2백24명의 사표를 청와대에 냈다.
이어 17일 직원 삭발투쟁을 실시하고 지역ㆍ본부별 결의대회를 거쳐 언제든지 총파업에 들어갈 준비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특히 조흥은행의 '전산다운'을 공언하고 있다.
전산시스템은 조흥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은행을 연결하고 있는 핵심 인프라로 가동 중단시 금융계 전체가 전산마비라는 초유의 혼란에 빠질 수 있다.
◆ 강경대처 벼르는 정부
노조의 파업 위협에 정부는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자세다.
김진표 재경부 장관은 16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흥 노조의 총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이날 오전 8시 서울 강남 도곡동에 있는 조흥은행 전산센터에 경찰병력을 투입해 전산시설 보호에 나섰다.
그동안 노조에 밀려 경제정책이 흔들렸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엔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자세다.
변양호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노조는 정부가 조흥의 독자생존 보장을 약속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게 안 팔겠다는 얘기는 아니었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어쨌든 '매각 강행'을 밀어붙이는 정부와 '전산다운 불사'로 맞선 노조간의 극한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계 관계자는 "조흥 매각을 처음부터 경제논리로 처리하지 않고 청와대 등이 개입하는 바람에 사태가 더욱 꼬였다"며 "노조와 정부가 모두 합리적인 판단으로 금융전산 마비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