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국제원유시장 '이라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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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최근 이라크가 종전 후 처음으로 원유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라크의 등장은 국제유가를 조종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역할에 향후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일부 국제원유시장 분석가들은 미리 산유국 카르텔을 추모하는 '부고'를 써놓는게 좋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너무 성급한 추측일지도 모른다.
OPEC은 지금까지 수십년간 숱한 고비를 넘겼고 만신창이가 될 뻔한 순간도 많았지만 꿋꿋하게 권좌를 지켜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라크가 국제 원유 무대에 복귀한 이상 OPEC이 원하는 수준에 유가를 붙들어 두기가 예전만큼 쉽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6월12일 성사된 이라크의 첫 원유 수출 계약은 관련 부처가 제대로 기능도 못하고 있는 이라크 실정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행보다.
이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석유이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여준 덕분이다.
미국 셰브론텍사코는 4백만배럴, 유럽 5개국은 이라크와 벌써 5백50만배럴 규모의 수입 계약을 맺었다.
당분간은 이라크 원유가 세계 유가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 같다.
이라크는 원유 생산 설비에 대한 신규 투자를 지난 10년간 방치해 뒀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에 생산량을 얼마나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산유국이지만 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려면 앞으로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벌써 유가가 심상치않게 움직이고 있다.
한때 전쟁 불안으로 급등했다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던 유가는 이라크가 원유 수출을 재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내려앉았다.
원유 공급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동 불안 요소가 사라진데다, 여름이 시작되고 세계 경기가 좋지 않아 에너지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이라크의 국제원유시장 복귀가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미국은 성장률 감소, 유럽은 스태그네이션(경기침체)에 가까운 처지라 원유 수요가 조만간 급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OPEC이 유가를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더욱 좁아진다.
OPEC은 이미 전체 원유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창 때보다 훨씬 줄어 40%에 머물고 있다.
이는 OPEC이 1970년대와 80년대 유가를 끌어올려놓은 영향으로 비회원국 생산량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이다.
OPEC은 생산량 쿼터를 이용해 유가가 배럴당 25달러를 유지하도록 안간힘을 써왔다.
유가가 너무 오르면 주요 소비국에서 수요가 감소해 결국 산유국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OPEC 회원국들은 경제 구조가 전반적으로 취약하고 원유 수출 의존도가 점점 높아져, 이제는 유가가 적정선 아래로 떨어진다 해도 가격을 높게 부를 수 없는 처지다.
가격을 높였다가 현금이 원활히 흘러들지 않으면 화를 자초하게 된다.
이라크가 원유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생산량을 늘리면,이라크 정부는 OPEC 회원국 자격이 부활되든 말든 상관없이 되도록 빨리 수출량을 늘리고 싶어할 것이다.
재건을 위해서는 현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OPEC이 앞으로 국제 유가를 조종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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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국 이코노미스트 온라인판이 최근 보도한 'The Iraq factor'라는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