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ㆍ환경ㆍ건설을 하나로.' 건설업계가 '2003 건설의 날'을 맞아 선포한 화두다. 개발이 본업인 건설산업이 건설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환경보전 문제를 최소화해 보겠다는 것이다. 건설관련 단체 13개로 구성된 대한건설단체연합회(회장 마형렬)는 18일 '건설의 날'을 맞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고건 국무총리,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 국회 건설교통위원 등 8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을 갖고 '인간ㆍ환경ㆍ건설을 하나로'란 올해 친환경 건설 슬로건을 선포한다. 인간 중심의 친환경 건설은 21세기 세계 건설업계의 공통 과제다. 국내 건설업계라고 예외는 아니다. 선진국은 이미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면서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0년 중반부터 꾸준히 언급돼 왔지만 건설인 전체가 선언으로 채택하고 실천노력을 강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건설과 친환경 갈등 갈수록 심화 =국내에서는 현재 건설사업으로 연간 2백64㎢의 농경지와 산지가 도시용도로 전용된다. 골재는 1억5천9백만㎥가 채취되고 건설폐기물도 연간 1천7백40만t이 발생하고 있다. 철강 시멘트 콘크리트 등 건설자재 생산과정에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된다. 건설구조물 신축과 해체시 발생하는 폐기물 급증으로 인한 매립지 부족문제도 심각한 실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도로 교량 등 상당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개발과정에서는 환경단체와의 갈등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한양대 김수삼 교수는 "이번 건설의 날을 계기로 친환경 건설에 대한 과제를 정부와 업계가 나서서 분명하게 가닥을 잡아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친환경 건설기술 개발 취약 =90년부터 2001년까지 건교부가 인정한 3백18건의 신기술 가운데 친환경 건설기술로 분류된 것은 42건에 불과하다. 인간 중심의 친환경 경영과 사업관리 기술, 자연환경 보전ㆍ복원기술, 자원ㆍ에너지 절약기술, 쾌적한 환경기술 등 친환경 핵심 기술은 극히 부진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환경친화적 건설사업 추진은 기술과 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건설현장에 맞는 환경친화적인 공법 설계기술 등의 정보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 친환경 건설산업 육성 '발등의 불' =친환경 건설은 건설과정에서 자연환경과 생태계 손상을 최소화하고 천연자원과 에너지 사용을 크게 줄이는 것을 말한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90년대 초부터 건설산업을 환경친화적 산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건교부가 2001년 11월 친환경 건설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건설환경 기본계획'을 마련하면서 친환경 건설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구체성이 결여된 데다 각 분야별 시행 세칙이 체계화되지 않아 아직까지는 내실이 부족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기존 '건설환경 기본계획'의 골자인 △친환경 자재ㆍ공법의 수요 확대 △기존 건설제도의 친환경적 보완 △건설현장의 환경관리 개선 △친환경 건설업체 지원육성 등의 항목을 관련 법령에 구체화해 건설업계가 친환경 개발을 실제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입찰제도 변경 등 친환경 건설업 지원책 필요 =친환경 건설은 정부 혼자서 이뤄내는게 아니다. 업계가 자발적으로 실천하기는 더욱 어렵다. 비용 증가 등 추가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정부는 친환경 건설업체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지원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건설부문의 환경규제를 사업특성에 알맞게 합리적으로 조정, 환경관리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입찰제도를 '실적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전환, 친환경적 건설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도 필요하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