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들의 '부동산이야기'] "땅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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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 부동산 안정대책'의 영향으로 부동자금이 토지시장으로 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유자금을 중·장기로 투자하기 위해 땅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 중에는 토지를 주택상품의 '대안'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투자 1순위가 아파트라면 땅은 2순위인 셈이다.
하지만 '큰손'들에게 땅은 투자 1순위이다.
이들에게 땅은 단순한 투자 대상이 아니라 '애착'의 대상이다.
이 같은 성향은 수백억원대를 굴리는 초특급 고객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전쟁 때 북에서 내려와 강화도에 정착한 뒤 인삼장사로 수백억원을 모은 실향민 K씨가 대표적이다.
장사밖에 몰랐던 K씨는 인삼을 팔아 모은 '쌈짓돈'으로 지난 70년대 초 인천에 5백∼1천평 규모의 땅을 군데군데 사뒀다.
인삼밭을 일굴 목적으로 사들였던 이 땅들은 그러나 시(市)가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하면서 지금은 대부분 대로변에 위치한 수백억원대 요지(要地)로 탈바꿈했다.
맨손으로 내려와 수백억원대의 재산가가 된 K씨이기에 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
그는 요즘도 "땅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한다고 한다.
일선 PB들은 "시중은행에서 초특급으로 분류하는 고객들은 대부분 K씨와 비슷한 방식으로 가세(家勢)를 일으켜 세웠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토지에 투자할 때는 대부분 자기 세대에서 자금을 회수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식들에게 증여나 상속을 할 생각으로 땅을 매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땅투자는 통상 중·장기 투자라고 하는데 이들에게는 중·장기 정도가 아니라 '세대를 뛰어넘는' 투자가 되는 셈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