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참여연대의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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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SK그룹 부실 책임자 손길승 회장은 전경련 회장 사퇴하고 SK㈜ 이사직 물러나라'는 현수막을 든 참연연대 소속 회원 13명이 20분간 시위를 벌였다.
참여연대의 주장은 간단하다.
요약하면 "1심에서 집행유예이지만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것이 무죄로 뒤바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재판결과뿐 아니라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 주주, SK 임ㆍ직원에 대한 도덕적 책임 등을 물어 사퇴를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소위 재계를 대표하는 자리에 '범죄자'가 앉아있을 수 없다는 논지였다.
참여연대의 이같은 주장에 전경련 관계자들은 한마디로 '월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기업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임의단체인 전경련 회장을 누가 하든지, 그것을 시민단체가 왜 따지느냐는 것.
게다가 지난 16일 현명관 상근부회장이 손 회장의 거취문제와 관련, 전경련의 입장을 분명히 밝힌 상태이기 때문에 '도덕성 시비'는 시기적으로 옳지 않다는 반응이다.
전경련 사무국의 한 직원은 "따지려면 SK에 가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지, 왜 전경련에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손 회장의 재판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손 회장도 우리 법이 보장하고 있는 '형사피의자 무죄추정원칙'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연대의 시위는 참여정부 출범 후 부쩍 힘을 얻은 시민단체의 도를 넘어선 자기 목소리내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이처럼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을 벌여도 되는 것이냐"고 억울한 표정까지 지었다.
이날 참여연대 회원들의 머리 위 전경련회관 건물 벽엔 '새 정부와 함께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어갑시다'라는 전경련이 내건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경제를 살리자'는 구호와 '경제 살릴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맞서고 있는 묘한 형국이었다.
어떤 주장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다만 이같은 무분별한 흠집내기가 자칫 침체된 우리경제를 살리는데 가장 필요한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키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장경영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