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이 아름답다] 이메이션코리아 '독서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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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말, 다시 돌아보기도 싫은 경제위기의 한파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환율 불안에 따른 시장환경 악화로 부채가 눈깜짝할 사이에 불어만 갔다.
결국 자본잠식 상황까지 갔다.
그런 상황에서 법인 대표를 맡고 있던 필자는 적은 비용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돋우고 아이디어 창출의 분위기를 만드는 도구로 가장 적합한 것이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원들이 눈치 안보고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자율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와 동시에 '북랠리(Book Rally)'라는 이벤트를 만들었다.
분기별로 주제를 정해 그에 맞는 책을 구입하고 직원들에게 원하는 책을 골라 갖게 하는 행사였다.
이로써 다양한 장르의 책을 탐독하고 사고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회사에 대한 신뢰감도 커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필자는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의 방법을 터득했다.
하이퍼텍스트 기법이라고 이름 붙인 이 독서법은 매년 4~5번씩 주제를 바꿔가며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화하는 것이다.
비즈니스맨의 독서는 단순히 독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응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필자도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업무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
애플사의 마우스를 디자인하기도 했던 IDEO사의 톰 캘리가 쓴 'The Art of Innovation'을 읽고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할 수 있는 직원들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껴 소회의실을 'Creative Room'으로 개조했다.
정진홍의 '감성 바이러스를 퍼뜨려라'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얻었고, 저자를 초청해 직원들과 함께 강연을 듣기도 했다.
최근엔 디자인과 역사 관련 책에 깊이 빠져 있다.
폴 클라크의 '디자인의 유혹', 김민수의 '21세기 디자인 문화탐사', 장대련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의 쌍둥이 동생인 장동련의 '디자인, 비즈니스로 승부하라' 등은 디자인 분야의 눈을 뜨게 해줬다.
우즈베키스탄 출장 때에는 브루노 바우만의 '실크로드 견문록'과 권삼윤의 '슬픈 바그다드'가 길잡이 역할을 해줬다.
이메이션코리아는 2001년과 2002년 기존 경쟁사와 차별되는 프로모션을 지속적으로 펼쳤고 CD-R 분야에서 선두업체로 도약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2백21억원의 매출에 23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무차입 경영의 우량기업으로 성장했다.
5년 전 29억원의 적자와 자본잠식이라는 기억을 돌아볼 때 놀라운 결과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이 돼준 책과 직원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이장우 < ㈜이메이션코리아 대표ㆍ경희대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