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해인사가 지난해 개산(開山) 1천2백년을 맞아 경내에 짓기로 한 또 하나의 절 '해인사 신행·문화도량'의 윤곽이 잡혔다. 지난 17일 해인사가 '제2해인사' 또는 '신(新)해인사'로 불리는 이 신행·문화도량의 설계도면을 공개경쟁을 통해 확정한 것. 해인사는 오는 10월쯤 공사를 시작해 2005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해인사가 '제2해인사'를 짓기로 한 것은 지난 93년부터.사찰이 관광지화되면서 수행 환경이 극도로 나빠진 탓이다. 기존 해인사는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스님들의 수행공간으로 보호하는 대신 신자 및 일반인들을 위한 신행·문화도량을 새로 조성키로 했다. '제2해인사'는 기존 해인사 건물과 신부락 사이에 있는 옛 해인초등학교와 해인사 성보박물관 등을 포함한 2천여평의 터에 조성된다. 1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법당과 일반인 청소년 등을 위한 수련체험장,학술회의와 강연 등을 위한 다목적 공간 및 편의시설 등이 들어선다. 건축비용 2백억여원이 드는 대규모 불사다. 해인사는 지난해 말 설계 공모를 위한 현장 설명회와 심포지엄을 가진 데 이어 주지 세민 스님 등이 건축 전문가들과 토론을 거쳐 제2해인사가 지향할 방향을 잡았다. 땅의 신성함을 되살리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도록 건축과 자연의 관계를 설정할 것,누구나 와서 기도 염불 참선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이다. 논란을 빚었던 청동대불 건립계획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백지화됐다. 이번에 당선된 제2해인사 설계도면은 건축가 조성룡씨(조성룡 도시건축 대표)와 미국인 프란시스코 사닌 교수(시러큐스 건축대학)가 공동 설계한 '풍경의 집합체'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