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한ㆍ중 부동산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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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인 J씨는 매달 5천위안(약 75만원)을 챙겨간다.
그는 이 집 말고도 상하이에 아파트 3채를 더 갖고 있다.
은행금리보다 부동산 투자가 낳을 것 같아 아파트를 사들였단다.
그는 '임대사업'이 어떠냐는 질문에 '파산 일보 직전'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4채 아파트중 돈 들어오는 곳은 한곳 뿐, 나머지는 입주자가 없어 비어있다.
그는 은행 융자금 갚느라고 허리가 휠 지경이다.
중국 상업은행은 J씨와 같은 아파트 구입자에게 해당 아파트를 저당으로 분양가의 80%를 빌려준다.
분양가의 20%만 내면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는 셈이다.
은행은 또 개발업자에게 총 공사비의 50∼70%까지 대출해준다.
시가 1백만위안(약1억5천만원)짜리 아파트에 최고 1백50만위안(개발업자 70만위안,매입자 80만위안)의 은행돈이 깔려있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부동산시장에 몰린 돈이 상업은행 전체 대출의 17.6%에 달한다.
당연히 부동산시장 위축은 곧 은행 위기라는 우려가 나온다.
개발업자들은 은행돈으로 공사를 하고 완공 전에 아파트를 분양하는 등 '봉이 김선달' 식으로 돈을 벌어왔다.
중국 1백대 부자중 절반 이상이 부동산업계 출신이다.
부동산분야로 돈이 몰리면서 이권개입, 권력형 비리, 부정대출 등 각종 사기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하이 갑부 저우정이(周正毅) 사건은 단적인 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왜곡 문제를 모를리 없다.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은 최근 각 은행에 부동산 대출 축소 및 관리감독 강화를 지시했다.
업계 비리에 대해 보다 엄격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부동산가격이 급락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정부는 현안인 내수부양을 위해 어쨌든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더 왜곡될 수밖에 없고, 그 피해자는 선량한 소비자 몫이다.
무리한 투자로 허리가 휜다는 J씨, 부동산시장에 발 묶인 은행, 부정부패로 얼룩진 개발업계, 내수위축을 우려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정부….
중국 부동산시장의 왜곡현상을 보면서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