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45%라는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했다. 예비판정(57%)에 비해 다소 낮아졌다고는 하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이같은 고율의 상계관세 부과를 최종 확정할 경우 하이닉스의 대미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번 판정은 제소자인 마이크론측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 준 것으로 우리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내용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채권단이 상업적 판단에 따라 지원한 것을 정부 보조금으로 판단한 결정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WTO 제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측은 정부보조라고 보는 근거로 하이닉스를 지원한 외환은행 산업은행 등의 대주주가 정부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에는 이들 은행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순수 민간 금융회사들도 포함돼 있다. 지원참여 여부에 대해 선택권이 주어졌던 이들 민간 금융회사들도 지원에 참여했다는 것은 채권단의 결정이 순수한 상업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더욱이 문제를 삼고 있는 외환은행은 외환위기 과정에서 공적자금 투입으로 정부가 최대 주주이긴 하나 독일계 코메르츠방크가 2대주주로 있는 상업은행이다. 또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당시 마비상태에 빠져 있던 회사채 시장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서 하이닉스뿐 아니라 다른 회사에도 비차별적으로 적용됐다는 점에서 WTO 체제가 용인하는 제도다. 이런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마이크론이 터무니없는 제소를 한 것은 경쟁업체 죽이기 전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마이크론은 한때 하이닉스 인수의 우선협상자로서 이들 금융회사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다 여의치 않자 협상을 깨고 느닷없이 정부보조라며 제소를 했다는 점에서 부도덕하기까지 하다. 미국 정부는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했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렸겠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차제에 우리나라 통상당국의 무능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외환위기 극복과 산업정책적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이뤄진 조치를 정부보조라며 매도 당하고 있는데도 변변히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이는 지난 정부 때 외교부 산하에 통상교섭본부를 설치해 통상기능을 이관한 것과 무관치 않다. 경제 감각이 떨어져 통상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통상조직을 경제부처 산하로 환원시키는 일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