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도한 국고채 금리 하락을 막기 위해 긴급대책을 내놓았으나 채권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오히려 '더 나올 대책이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줘 국고채 투기에 불을 지핀 꼴이다. 재정경제부는 18일 '국고채 발행 확대방안'을 통해 올해 국고채를 계획분(24조7천억원)보다 4조2천억원 늘려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급(발행)을 확대해 국고채 투기를 잡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포인트 내린 연 3.95%에 마감됐다. 오전 한때 사상 최저 3.93%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 정부대책은 '코끼리 비스킷' 재경부는 외국환 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국고채와 통합 발행하고 국민연금 우체국예금 등에서의 공공차입을 중단하는 대신 다음달부터 국고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 외평채 2조원과 공공차입금 2조2천억원이 국고채로 전환돼 물량 부족이 완화될 것으로 재경부는 기대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선 국고채 투기를 잠재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신동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대책이 시행돼도 하반기중 국고채 발행 물량은 월 3조∼4조원 수준"이라며 "이 정도로는 국민연금이나 대형 생보사 등 몇몇 기관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고채 금리 하락을 선도해온 국채 선물시장에 대해서는 별 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도 금리 속락을 부채질했다. 박종연 국민선물 연구원은 "국채선물 가격을 산정하는 기초자산이 종전 3개에서 6월물부터는 지표채권인 '국고채 3-2호' 1개로 줄었다"며 "이로 인해 투자위험을 회피하려는 수요가 지표채권에만 몰려 금리가 더 떨어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 시장과 동떨어진 정부 시각 재경부는 이날 국고채 금리 하락에 대한 단기대책은 강구하고 있지 않으며 콜금리와 국고채 3년물간 금리 역전현상이 반드시 비정상적인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당장 금리를 되올리기보다는 채권시장 인프라를 장기적으로 강화하는데 대책의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시중자금이 국고채로만 쏠리고 회사채ㆍ기업어음(CP)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 현실을 그다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채권시장에선 당장 "정부의 안일한 시장 인식을 재확인했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딜러는 "금리 급락으로 다소 불안해하던 투기세력에 오히려 안심하고 국고채시장에서 뛰어놀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꼴"이라고 꼬집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