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설비투자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성장기여율)이 주요 선진국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1만달러대였을 때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가 9년째 허덕이는 '1만달러 덫'에서 벗어나려면 기업의 투자의욕을 되살려 설비투자를 대폭 늘려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은행이 18일 발표한 '최근의 설비투자 동향과 특징'에 따르면 국내 설비투자의 성장기여율이 지난 2000년 40.4%에 달했으나 작년 12.5%, 올 1ㆍ4분기에는 5.5%로 떨어졌다. 특히 1인당 소득이 1만달러에 도달한 95년부터 작년까지 8년간 성장기여율은 연평균 7.6%에 그쳤다. 반면 일본은 1인당 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불어난 기간동안 설비투자의 성장기여율이 연 평균 27.8%에 달했다. 싱가포르(20.5%) 독일(15.1%) 미국(8.9%) 등도 설비투자의 성장기여율이 한국보다 훨씬 높았다. 이와 함께 올 1ㆍ4분기 국내 설비투자율(설비투자액÷국내총생산)은 10.4%로 지난 99년 2ㆍ4분기(10.3%) 이후 약 4년만에 가장 낮았다. 특히 그동안 새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보통신(IT) 부문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6.8%에서 올 1ㆍ4분기 1.6%로 추락했다. 전체 설비투자에서 차지하는 IT부문 투자비중도 작년(32.1%)보다 6.7%포인트 떨어진 25.4%를 기록했다. 지난 96년(13%) 이후 줄곧 늘어나던 IT투자 비중은 2001년(35.6%)을 고비로 계속 하락세다. 박진욱 한은 국민소득통계팀 차장은 "1인당 소득 2만달러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선 설비투자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정부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해야 기업의 설비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