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업체들이 1천4백여명을 손쉽게 '투기꾼'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그럴듯 하게 속였기 때문'이다. 투자자 대부분이 "이번에 사두지 않으면 정말 손해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수법이 정교했다. 이로 인해 4살짜리 어린아이까지 투기에 동원되기도 했다. 이번에 덜미가 잡힌 세 업체는 사기단 뺨치는 특유의 과장법을 구사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투기꾼들이 미심쩍어 하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한 사무실로 직접 방문을 권하는 등 교묘하게 사행심을 자극했다"고 밝혔다. 우선 이들은 '？？그룹'과 같은 명칭을 사용,계열사가 수십개나 되는 것처럼 자신들의 능력을 위장했고 부동산 투자경력 10년이 넘은 전문투자회사처럼 꾸몄다. 일부회사는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 공개 예정이며 막강한 재력을 갖고 있다"고 현혹하기도 했다. 또 신도시,공단,행정수도 이전,고속도로 예정지 등 항간에 떠도는 루머를 들먹이거나,호텔 카지노 등이 대거 들어설 예정이라는 거짓말을 통해 공사장 근처의 땅을 사도록 했다. 투기단들은 사탕발림도 서슴지 않았다. 전문 텔레마케터들을 고용해 '사모님 생애 큰 돈을 벌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남편 몰래 큰 돈을 만지도록 해 주겠다''2,3년내 최고 20배 수익' 등으로 유인했다. 이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토지를 매입한 투자자들 중에는 말도 제대로 못하는 4살짜리 장모군(서울시 서초구 서초동)도 포함돼 있다. 투자에 지나친 '확신'을 가진 한 투자자는 손자인 장모군 명의로 충북 청원군 강외면 정중리 소재 임야 1천여㎡를 1억2천만원에 구입했다. 이로 인해 장모군은 어린 나이에 '탈세 혐의자'로 거명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