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18일 금강산 선상 카지노ㆍ면세점 사업승인 등 현대에 대한 지원 청탁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준비금 명목으로 2000년 4월 중순 현대측에서 1백50억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등)로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을 구속 수감했다. 특검팀은 현대측이 1백50억원을 포함, 모두 4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박지원 전 장관에게 전달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 이 돈이 정치자금성 금품인지 여부를 캐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밤 11시30분께 서울구치소로 이감되는 과정에서 "정상회담 예비접촉 과정에 특사역할을 수행한 것을 아직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그 과정에서 사법부가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면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이어 "구속되는게 억울하지는 않으며, 이기호 전 경제수석과 이근영 전 금융감독위원장도 구속됐는데 내가 안되면 말이 안된다. 이 두사람은 책임이 없다"며 모든 책임을 질 것임을 내비쳤다. 박 전 장관은 그러나 "현대로부터 1백50억원어치 양도성예금증서를 받았다는 것이나 4백억원을 수수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 종전 입장을 유지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2000년 4월 중순 현대가 시행중인 금강산 관광사업 중 선상 카지노ㆍ면세점 설치 등 대북사업 전반에 협조해 주고 남북정상회담 준비금 등 명목으로 돈을 요구,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로 1백50억원을 수수한 혐의다. 이와 관련, 김종훈 특검보는 이날 서울지법에서 열린 박 전 장관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정상회담 전후로 박 전 장관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박 전 장관의 측근인 김영완 씨 등 3명이 수차례 만나 카지노 허가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또 박 전 장관이 김영완씨를 통해 2000년 4월초 정상회담 준비 비용 명목으로 1백50억원을 정 회장에게 먼저 요구한 사실도 파악했다. 박 전 장관은 그러나 "현대측으로부터 1백50억원을 받은 적이 없다"며 "김씨와 정 회장을 수차례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김씨가 금강산 여객선의 카지노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정 회장을 앞에 내세워 연락을 취한 것일 뿐 현대에 대한 특혜지원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특검팀은 이익치씨가 전달했다는 양도성 예금증서 1백50억원이 김씨의 관련 계좌를 거쳐 사채시장을 통해 돈세탁된 뒤 여러 계좌로 나뉘어 입금된 사실을 확인, 이 돈의 정치권 유입 및 배달사고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이날 박 전 장관의 구속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여부 및 방법 등을 이번 주말께 결정할 방침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