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한 후 시장에서 내리고 있는 중간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우선 지주회사로 편입된 상장 및 등록 자회사들의 평균 주가는 지주회사 출범전에 비해 15.6% 상승했다. 시가총액도 3조원 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평균 상승률 11.6%에 비하면 성공적이란 평가다. 삼성(12.3%),SK(-28.3%)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대신증권 주명호 기업분석실장은 "지주회사 출범으로 기업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는 "종전 그룹체제에서 볼 수 없었던 몇가지 긍정적인 신호들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LG의 지주회사 체제가 국내 재벌의 선단식 지배구조를 깨고 새로운 모델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인가에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주회사 ㈜LG에 대한 평가 34개 자회사를 거느리는 순수 지주회사 ㈜LG는 LGEI와 LGCI가 합병돼 재상장된 지난 3월11일 종가가 6천5백50원이었으나 1백일이 지난 6월16일 현재 8천10원으로 22.3% 상승했다. 그러나 시장에선 아직까지 ㈜LG의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반응이다. 삼성증권 송준덕 팀장은 "시장가격으로 본 ㈜LG의 주당 순자산 가치는 2만6천2백20원으로 현 주가는 69%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순자산의 79%가 객관적인 시장가격을 갖고 있어 현금화하는 데 문제가 없고 배당금 수입과 지분법 평가익을 순자산으로 나눈 ROE는 향후 3년 평균 18.6%에 달한다"며 "부실 자회사에 대한 잠재적 부담 가능성이 매우 적은 점을 고려할 때 할인폭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많이 오른 주가 LG전자는 지주회사체제 출범 전인 2월28일 4만3백원이던 주가가 6월16일 4만4천4백원으로 10.2% 올랐고 LG화학은 3만7천원에서 4만6천5백원으로 25.7% 올랐다. LG생활건강은 20.4%,LG석유화학은 30.2%,LG마이크론은 27.3%씩 상승했다. 반면 LG텔레콤과 데이콤은 각각 1.8%,2.7% 하락했다. 또 자회사 중 10개 상장 및 등록법인의 시가총액도 지주회사 출범 전 12조8천6백72억원에서 1백일 후 15조4백60억원으로 16.9%가량 늘었다. ◆LG전자·화학은 웃고,LG텔레콤·데이콤은 울고 지주회사체제 출범을 계기로 자회사들간 명암이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잘 나가는 회사는 더 잘 나가고,어려운 회사는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기존 그룹체제에선 돈 잘버는 계열사가 적자내는 계열사를 도와주거나 때로는 부실의 일부를 떠안아야 했으나 지주회사 출범으로 이같은 연결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최대 수혜를 입은 회사는 지주회사체제의 양대축인 전자와 화학이다. 가령 카드채 문제로 삼성전자나 삼성전기 등 다른 대형주들이 영향을 받아 주가가 흔들렸을 때도 LG전자 주가는 꾸준한 강세를 나타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사업자회사는 금융회사의 지분을 가질 수 없도록 한 규정에 따라 LG전자는 LG카드에 대한 지분을 시장에 팔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LG카드 증자에 대한 참여 부담도 없다. LG전자는 또 실적이 부진한 LG텔레콤과 데이콤 등 계열사 출자로 인한 지분법평가손실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LG투자증권 구희진 연구위원은 "지주회사 출범으로 자회사 출자는 모두 ㈜LG가 맡게 돼 LG전자는 앞으로 고유 비즈니스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이것이 2년 전 1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주가를 4만원대로 안착시킬 수 있게 된 계기"라고 분석했다. LG화학도 마찬가지다. LG칼텍스정유의 지분을 ㈜LG에 넘기는 등 사업과 관계없는 출자관계를 모두 정리한 덕에 지금은 주가가 4만원대가 지지선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룹에서 분리될 LG전선 등 4개 계열사도 수혜가 예상된다. LG전선의 경우 ㈜LG에 대한 지분 4.85%와 LG에너지 지분 20%를 정리할 경우 현금흐름에 도움이 된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