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러시아경제의 성장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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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러시아 언론의 1면 기사를 살펴보면 활기가 넘쳐난다.
기업의 채권 발행이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시중에 자금도 풍부하다.
석유 기업들간 인수·합병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러시아 거시경제는 매우 건강해 보인다.
연방정부 재정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으며,물가상승률은 한자릿수를 기록중이다.
경상수지 흑자 폭도 계속 확대돼 외환보유고는 6백억달러를 넘을 정도다.
실질 경제성장률은 4%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지난 1988년 국제통화기금(IMF) 보호체제에서 감독을 받던 러시아 경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의회 연설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러시아 경제를 '우울하게(downbeat)' 전망했다.
그는 자신의 최대 장점인 솔직함을 자랑하듯 "경제가 나아지고 있지만 러시아의 기초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약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모르는 그 무엇을 푸틴 대통령은 알고 있는 것일까.
일부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하는 것처럼 러시아 경제가 또 다른 불황으로 진입하는 것은 아닐까.
러시아 경제팀이 파악한 최대 위험은 루블화의 가치상승이다.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에 따른 자본 유입으로 루블화 가치는 날마다 오르고 있다.
만약 이같은 환율 움직임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는다면,러시아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석유 자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산업구조 역시 해결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의 지적대로 러시아 국민의 4분의 1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더욱 분명한 것은 석유자원이 러시아에 지속 가능한 경제 번영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개혁이 없다면 더이상 경제성장은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제 관심은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푸틴 대통령이 재선될 수 있는지에 맞춰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첫번째는 산업 구조의 다각화다.
특히 석유 산업은 생산기지 및 판매처 다각화 등을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한다.
또 방위산업 및 에너지산업에 집중된 경제구조를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서비스산업과 '신경제(new economy)'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 등이 필요하다.
세금감면 등 중소기업 육성책 마련도 시급하다.
지나친 정부 규제도 없애야 할 요소중 하나다.
금융 구조개혁도 뒤따라야 한다.
푸틴 대통령은 기업들의 유동성 부족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금융회사들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완결하지 못한다면 일부 대기업들이 민간투자의 혜택을 독차지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회간접자본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새롭게 태어난 러시아 경제가 계속 전진하려면 튼튼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가능하다.
교육 연금 의료 등을 포함해 공공부문 서비스도 강화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러시아 개혁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심도 있는 자유화와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구조개혁이 가능하도록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는 게 그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다.
러시아 국민들이 신뢰를 보내고 있어 푸틴 대통령에게 국제사회는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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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마크 메디시 전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수석 국장이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Putin's sceptical view of Russia's success'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