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2위인 LG그룹을 이끌고 있는 주역들은 구본무 회장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의 경영을 맡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이다. 5~10년 뒤에 LG가 우뚝서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그룹 문화인 '인화(人和)'를 바탕으로 '1등 LG'라는 새로운 문화적 패러다임을 접목시키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구 회장과 CEO들의 판단. 이에 따라 이들 CEO는 집무실에 앉아 미래를 고민하기 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실무자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LG의 미래를 찾는 경영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허창수 LG건설 회장은 구씨와 허씨 양대 가문이 창업 이래 다져온 동반체제를 떠받쳐온 허씨가의 대표적 경영인으로 꼽힌다. 미국 세인트루이스대에서 MBA(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LG상사 근무 시절 홍콩 도쿄 등 줄곧 해외지사에서 활약, 국제감각이 탁월하다는 평이다. 국내 화학산업의 산증인으로 통하는 성재갑 LG석유화학 회장은 지난 63년 LG화학의 전신인 락희화학공업사에 입사한 이후 40여년 동안 그룹의 화학산업을 주도해 왔다. 지난 89년 이후 CEO를 맡고 있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화학산업 분야 전문경영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80년 건물용 바닥장식재 '럭스트롱' 개발을 이끌어 적자사업을 흑자로 탈바꿈시킨 일화는 아직도 그룹 직원들 사이에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허동수 LG칼텍스정유 회장은 73년 입사한 이래 모든 사업분야를 섭렵하고 94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연세대 화공과를 졸업한 뒤 미 위스콘신대에서 화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3년 동안 연구원을 거치는 등 해박한 이론적 배경에 풍부한 현장경험을 갖춘 경영인으로 정평나 있다. 박운서 데이콤 회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제기획원 상공부를 거쳐 99년 LG에 합류했다. 미래에 대한 식견과 철저한 기업마인드를 구비해 민간 경영자로서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1년 경영위기에 처한 데이콤에 부임한 뒤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 지난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LG전자 구자홍 회장은 구씨 가문이지만 전문경영인으로 불릴 정도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경영을 선언, '디지털 전도사'로 불린다. 특히 국제금융과 해외투자 업무에 정통하며 전자산업에 대한 풍부한 전문지식과 미래산업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겸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문호 LG인화원 부회장은 탁월한 경륜을 바탕으로 '일등 LG'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 그룹의 중국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노용악 LG전자 부회장은 한국 전자산업의 개척자로 불린다. 78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LG전자 미국 판매법인에 초대 법인장으로 부임, 컬러TV의 수출을 선도했다. 95년 중국 지주회사로 옮겨 LG가 중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데 기여했다. 강유식 ㈜LG 부회장은 지난 98년부터 구조조정본부를 맡으면서 LG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국내 대기업 처음으로 지주회사인 ㈜LG 설립을 이끌며 기업 지배구조의 모범을 제시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이밖에 그룹의 재무통인 강말길 LG유통 부회장과 경영혁신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쌍수 LG전자 부회장도 LG를 대표하는 CEO다. 계열사에는 국내 홈쇼핑 산업을 이끌고 있는 최영재 LG홈쇼핑 사장을 비롯해 이수호 LG상사 사장, 서경석 LG투자증권 사장, 정병철 LGCNS 사장, 구본준 LG필립스LCD 사장, 노기호 LG화학 사장, 남용 LG텔레콤 사장, 한동규 LG전선 사장, 김갑렬 LG건설 사장, 김정만 LG산전 사장, 이종석 LG카드 사장, 양흥준 LG생명과학 사장, 최석원 LG생활건강 사장, 김반석 LG석유화학 사장, 구자열 LG전선 사장, 허승조 LG유통 사장, 이윤호 LG경제연구원 사장 등이 포진해 있다. 여종기ㆍ배윤기 LG화학 사장, 명영식ㆍ김건중 LG칼텍스정유 사장, 백우현ㆍ김종은ㆍ이희국ㆍ우남균 LG전자 사장 등도 각 사업부문을 맡아 CEO를 보좌하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