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 회장은 정도(正道)경영의 신봉자다. "정도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면 얼마를 손해보든 개의치 말고 그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지난 95년 2월 구 회장이 취임사에서 처음 화두로 던진 '정도경영론'은 LG그룹의 경영방침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LG전자의 윤리규범 홈페이지, LG화학의 '윤리규범 실천지침', LG칼텍스정유의 '준법감시 프로그램' 등은 그 대표적 사례. 최근 재계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윤리경영론'을 구 회장은 8년 전부터 주창해온 셈이다. 구 회장이 머릿속에 그리는 '정도경영론'의 구체적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는 평소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신의 기사가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앞질러 가거나 갓길로 운행하지 못하게 한다. 또 "만약 그룹계열사인 LG건설에서 지은 아파트가 부실공사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완전히 부숴 버리고 새로 지어 고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 먼 안목에서 규범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정정당당'과 '원칙'을 중시하는 참여정부 이념과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지난 96년 냉장고 싱싱나라의 성에제거시스템에 결함이 발생하자 곧바로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선포한 사실은 구 회장의 정도경영에 대한 집착을 여실히 보여준다. 구 회장의 이같은 경영방침은 LG의 프로야구단 운영방식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LG 야구단은 "깨끗한 야구, 이기는 야구"를 표방한다. 그래서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하는 팀, 쉽게 물러나지 않는 집요한 근성이 있는 팀,저마다 최고를 추구하는 팀을 강조하는 팀컬러를 가지고 있다. 구 회장이 추구하는 정도경영의 밑바탕에는 고객감동과 인간존중의 경영론이 자리잡고 있다. 구 회장은 "사업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감동이다"고 전제하고 이를 인간존중 정신과 연결, "고객감동은 역시 사원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세계 최고의 인재를 모으고 이를 키워 그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경영이라고 본다"고 말한다. 구 회장은 "고객감동과 인간존중의 경영론을 바탕으로 한 정도경영만이 21세기에서 세계 초우량기업이 될 수 있다"며 "정도를 벗어난 경영이 단기적으로 보면 승리의 지름길인 듯 보이지만 결국은 패배의 지름길이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