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은 경영투명성 및 주주가치 증대의 이상적 모델이다"(미국계 투자은행 메릴린치). "자발적인 구조조정으로 아시아 기업의 대표적 모범사례"(금융전문잡지 CFO아시아). LG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해외시각이다. 쏟아지는 '찬사'의 핵심은 두 가지다. 주주중시 경영을 실현하고 기업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 한마디로 후진형 기업구조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구조로 성공적인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다. 투명성 제고는 구본무 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구 회장의 경영철학은 '정도경영'으로 함축된다. 지난 95년 취임 때부터 정도경영을 강조했다. 이후 각 사별로 윤리경영을 실현하는 등 소프트웨어를 뜯어고쳤다. 그룹 내 신문고를 설치하고 납품업체도 철저하게 경쟁력을 기준으로 선발토록 조치했다. 임직원의 마인드를 개조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이렇게 달라진 기업문화를 담아낼 수 있는 하드웨어를 구축한 게 이번 지주회사 개편이다. 대주주의 지분을 명확하게 가르고 각 사별로 복잡하게 얽혀 있던 출자관계를 정리해 책임경영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의 출범은 정도경영을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의 완결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들어가면 무엇보다 투명한 경영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저렇게 뒤얽힌 지분구조 속에서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리 투명하게 하려고 해도 구조적으로 잘 안되는 경우도 나타난다. 지분관계가 얽혀 있는 회사마다 재무구조 등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편법이 동원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가 되면 사실상 독립경영이 가능하다. 지주회사 내의 다른 계열사와 지분관계가 없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는 그룹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경영할 수 있다. 다른 계열사 때문에 자금 압박을 받는 상황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방임되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지주회사가 대주주로서 감시와 감독을 한다. 이밖에 관계회사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일도 없어진다. 과거 LG는 복잡한 지분구조로 인해 한 회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계열사들이 연쇄적으로 부담을 지는 현상이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지주회사와 각 계열사가 1 대 1의 단선적인 지분관계를 갖게 돼 이같은 부담에서 해방됐다. 또 불필요하게 관계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필요도 없어 재무구조가 왜곡되는 일도 생기지 않는다. 이와 함께 신속한 의사결정도 가능하다. 그룹전체의 방향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 등도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지급 보증 등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이미 투명성 지표는 달라진 LG를 보여준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상호출자 제한을 받는 29개 민간기업의 총수일가가 계열사를 통해 행사한 의결권은 현금 투입에 비해 16배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LG는 6.5배에 불과해 투명성이 다른 민간기업보다 크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곧바로 주주가치 증대로 이어진다. 영업부문 이외의 요소로 발생할 수 있는 회사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것 자체가 주주가치 증대를 의미한다. 대주주는 주주로서의 권한 외에는 사업자회사에 대해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 배당 외에 다른 이익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주주 중시 경영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이미 가시화됐다. LG화학은 작년 결산기에 액면가 대비 30% 배당을 실시했다. 전년엔 15%에 불과했다. LG생활건강은 20%에서 30%로,LG전자는 15%에서 20%로 늘었다. LG마이크론 LG홈쇼핑 LG석유화학 등도 배당금을 크게 늘렸다. 증권업계에서는 지주회사 출범으로 투명성과 주주이익의 극대화가 가능해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돼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있어 새로운 유형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LG의 지주회사체제가 기대만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