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내년부터 기업들이 일정 금액(30만∼50만원)을 초과하는 접대비를 지출할 경우 언제 누구와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만났는지에 대한 구체적 내역을 밝히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접대비가 탈세나 음성소득 등의 수단이 될 수 있는데다 사회적으로도 과잉접대 풍토가 만연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업무관련인 경우에만 비용으로 인정하겠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가 가져올 부작용 또한 적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해 두고자 한다. 우선 새 제도는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기업으로선 누구를 만나는지부터가 영업비밀인 경우가 많은데 장소와 시간 목적까지 모두 밝혀야 한다면 접대 자체가 힘들어져 기업활동이 위축될 뿐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까지 있다는게 기업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 기업의 84%가 접대활동이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72%는 접대가 줄어들면 영업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응답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저조하기 이를데 없는 내수경기가 더욱 얼어붙을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국세청은 룸살롱과 골프장에서 지출한 접대비는 인정치 않겠다던 당초 방침을 바꾸기는 했지만 접대비가 대부분 30만∼50만원을 넘는 이들 업소가 급격히 퇴조하면서 소비위축이 일어나 경기에 또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룸살롱 및 골프 접대는 지난해 1조9천억원에 달해 기업들의 총 접대비 지출액 4조7천억원의 39%를 차지했을 정도로 일반적인 접대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경우 기업접대비를 본격 규제하면서 골프장 연쇄 도산과 내수경기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기업이 현실적으로 접대활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데도 지나치게 까다로운 규제로 이를 억제하려 한다면 접대내용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편법적이거나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도금액을 넘어 접대한 기업들이 상대방 신원을 숨기기 위해 30만∼50만원 규모로 여러 개로 쪼개는 복잡하고도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과잉접대풍토가 개선돼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현실적 여건과 맞지 않는 정책은 곤란하다. 기업들이 스스로 접대를 줄여 경비 절감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겠지만 정부가 어느날 갑자기 누구를 왜 접대했는지 모두 밝히라고 요구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