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위기 직후 발행돼 거액 자산가들의 상속?증여 용도로 인기를 끌어온 무기명 채권이 속속 만기 도래한다. 일명 '묻지마 채권'으로 불리는 이들 채권 원리금은 총 5조원대. 노출을 극히 꺼리는 이 자금의 성격상 제도권 복귀 정도에 따라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돼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고용안정채권98-1호의 만기가 29일로 다가옴에 따라 삼성 LG 현대 대우 동원 등 5개 증권사들이 20일까지 상환접수를 받고 있다. 총 8천7백35억원어치를 발행한 근로복지공단은 채권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투신권에 맡긴 자금을 회수하는 등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10월과 12월 만기가 돌아오는 증권금융채권과 중소기업구조조정채권의 발행 규모는 각각 2조원과 1조원에 달한다. 증권업계는 3개 무기명 채권의 만기 원리금이 5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98년 발행된 고용안정채권 등 무기명 채권은 만기상환 때 실명 확인절차가 없고 증여세 면제에다 분리과세도 가능해 거액자산가의 상속ㆍ증여 수단으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노무현정부가 상속ㆍ증여에 대해 완전 포괄주의 방침을 밝히면서 사채시장에서 원리금보다 웃돈을 줘야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폭등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