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가 기업용 서버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활동을 벌이고 나서자 한국IBM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HP는 그동안 은행권을 장악해온 IBM의 대용량 메인프레임에 대항해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과 손잡고 중대형 컴퓨터인 유닉스서버를 내세워 대체수요를 파고들며 은행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한국IBM은 이에 맞서 경제성이 뛰어난 새로운 메인프레임 서버 기종을 내놓는 등 대용량 서버시장에서 1위자리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서버로=IBM의 서버(중대형 컴퓨터)인 메인프레임은 그동안 금융 항공 유통 통신 등 대용량의 데이터를 다루는 대용량 서버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메인프레임은 안정성이 높은 반면 가격이 비싼데다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쓸 수 없는 게 단점이었다. 한국HP는 이를 감안해 유닉스서버가 갖가지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는 '오픈'시스템인데다 가격도 저렴하다는 점을 내세워 은행권을 공략하고 있다. 그 결과 산업은행과 전북은행의 뱅킹시스템을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서버로 교체하는 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 16일에는 한미은행의 코어뱅킹시스템 공개경쟁입찰에서 한국IBM을 제치고 유닉스서버인 '슈퍼돔'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따내 경쟁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외환은행도 코어뱅킹시스템 플랫폼을 유닉스서버 오픈시스템으로 결정하고 조만간 인프라설치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며 농협도 오픈시스템을 검토 중이어서 유닉스 서버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HP의 대공세=지난 1·4분기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서버를 합친 국내 기업용 서버(PC서버 제외)시장 점유율은 한국IBM이 39%로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HP가 31%로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높은 유닉스서버시장에선 한국HP가 37.4%의 시장점유율로 한국IBM(25.7%)을 앞서고 있다. 하석구 한국HP 이사는 "IT투자와 유지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유닉스서버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유닉스서버가 중요한 업무수행에도 적합한 기종이라는 점이 입증되면서 수요가 더욱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HP는 금융권에 유닉스서버를 잇따라 공급한 것을 발판으로 삼아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라클과 함께 메인프레임의 대체수요를 겨냥해 '컴퓨팅센터'를 설립,고객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IBM은 이에맞서 메인프레임의 신뢰성 확장성 보안성을 무기로 다양한 제품군을 개발하고 있다. IBM은 최근 10억달러를 들여 개발한 새로운 메인프레임서버 'e서버 z990'을 내놓았다. 이 기종은 유닉스서버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운영체제(OS)로 오픈시스템인 리눅스를 채택했다. 한국HP의 공격적 마케팅과 한국IBM의 수성노력이 기업용서버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주목된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