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15:42
수정2006.04.03 15:45
2년전 다국적 투자기업 UBS 컨소시엄에 매각됐던 해태제과가 다시 팔린다.
2001년 4천8백억원에 해태제과를 인수한 UBS 컨소시엄이 최근 네슬레 롯데제과 등 몇몇 식품업체에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19일 "최근 UBS 컨소시엄측이 (해태제과를) 인수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왔다"며 해태제과 재매각 추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매각 의도가 분명하다고 판단해 내부적으로 인수 실효성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UBS 컨소시엄이 접촉했거나 접촉 중인 기업은 롯데제과 동양제과 등 국내 대형 제과업체들과 세계 최대 식품기업인 네슬레를 비롯한 다국적 식품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몇몇 기업은 적극적으로 UBS측과 협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팔 만한 '물건'이 됐다
해태제과 재매각 추진은 UBS 컨소시엄이 인수할 당시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UBS 컨소시엄의 인수 목적은 식품사업이 아니라 투자이익에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재상장 요건을 갖추게 되는 내년 6월 이후 상장과정에서 차익을 챙기거나 그 전에 매각을 통해 투자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현 시점에서 UBS 컨소시엄이 복잡한 상장과정을 거치지 않고 매각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은 해태제과가 '팔 만한 물건'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해태제과의 시장 점유율은 USB 컨소시엄이 인수하기 직전 20% 아래로 떨어졌다가 최근 24%까지 회복됐다.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9.2%로 업계 평균(4%)의 2배를 웃돌았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태제과의 경영실적이 최근 2년 동안 눈에 띄게 호전된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롯데제과 동양제과 크라운제과 등과의 경쟁이 워낙 치열해 UBS 컨소시엄이 이 시점에서 손을 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네슬레
업계는 '인수 1순위' 기업으로 네슬레를 꼽는다.
세계 최대 식품 메이커로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데다 해태제과의 영업·유통망에 네슬레의 방대한 제품군을 더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태제과가 올 들어 네슬레의 캔디 제품 '폴로'와 초콜릿 제품 '킷캣' 등을 위탁판매한 것도 인수설의 배경이다.
네슬레는 지난 79년 한국시장에 진출했으나 세계 1위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달동네 구멍가게에 이르기까지 모세혈관처럼 퍼져 있는 국내 업체들의 영업망을 뚫지 못하고 고전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2천명의 영업사원을 바탕으로 전국적인 '루트 세일망'을 갖춘 해태제과는 상당히 매력적인 존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UBS캐피탈과 네슬레는 같은 스위스 계열로 네슬레 자금이 컨소시엄을 통해 해태제과에 이미 들어가 있다는 설도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