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석유화학 중앙연구소 김창수 박사팀은 사람과 비슷한 유전정보를 가진 초파리를 이용,동물의 청각세포가 소리를 인지하는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9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적으로 난청 질환을 앓고 있는 신생아들의 질환 원인을 진단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세계적 과학저널인 '네이처'에 실리기 앞서 18일(영국시간) 온라인으로 먼저 발표됐다. 김 박사팀은 소리를 신경 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를 발견,'난청(nanchung)'으로 이름지었다. 지금까지 동물의 청각기관 구조는 잘 알려져 있었으나 청각세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소리를 인지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진동 등 물리적 움직임이 어떤 물질전달 과정을 거쳐 청각세포 신호로 전환되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초파리의 유전자를 조작,특정 유전자 기능을 정지시키는 실험을 통해 '난청'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초파리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유전자 정보에 의해 만들어지는 소리변환 단백질(청각 수용체)을 확인,'난청 단백질'로 이름 붙였다. 이 단백질은 청각기관 내에서 양이온 흐름에 관여,소리를 전기적 청각신호로 바꿔주는 작용을 한다. 귀 속으로 들어온 소리는 진동 에너지로 변하고 이 진동이 달팽이관에 있는 청각세포의 청각수용체를 열어 칼슘 등 양이온을 청각세포 내로 끌어들인다. 이 양이온이 청각 신호로 바뀌어 뇌로 전달돼 소리로 인식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 박사는 "사람과 척추동물에서도 난청 유전자와 유사한 유전자가 발견되고 있다"며 "이들 유전자를 확인하고 기능을 밝히면 선천적 청각장애의 원인 규명과 치료는 물론 노인성 난청 등의 치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팀은 초파리를 이용,통증 등 말초신경의 작용 메커니즘도 연구할 계획이다. 이 팀은 2001년부터 초파리의 감각과 관련한 수용체를 연구해왔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