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기아특수강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예비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세아제강이 강력한 인수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법정관리 중인 기아특수강 인수 절차의 진행조건으로 서울지법이 제시한 2백10억원의 인수보증금 예치를 거부,입찰 후 한 달이 넘도록 MOU(양해각서)를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또 채권단의 채무탕감액을 자본이득으로 간주,법인세를 납부해야 하는 조건에도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골드만삭스가 아예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조건 너무 까다롭다" 인수금액의 5%에 해당하는 보증금 예치는 인수자가 특별한 이유 없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매각이 장기간 표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로 서울지법이 법정관리기업 매각시 적용하는 운영지침이다. 기아특수강의 경우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입찰금액은 4천2백억원으로 인수보증금만 2백10억원에 달한다. 매각 협상이 인수자의 책임으로 실패했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보증금을 몰수하게 된다. 골드만삭스는 인수보증금 예치가 국제적인 인수합병(M&A) 관례에 어긋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서울지법 파산부는 보증금 예치는 한보철강 등 다른 법정관리 기업의 매각 과정에서도 지켜진 사안이라며 양보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라고 밝혔다. 법인세 문제도 매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채권단이 채무 탕감을 해줄 경우 자본거래로 인정,과표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지난 3월 재정경제부가 수익거래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세금을 내도록 바뀌었다. 총 부채가 8천5백억원에 달하는 기아특수강의 경우 과표대상 금액만 3천억원에 달해 인수자측이 7백억∼9백억원의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된다. ◆세아제강,"법원 조건 수용하겠다" 반면 세아제강은 아직까지 인수 의사를 갖고 있으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될 경우 법원이 제시한 보증금 예치 등 MOU 체결 조건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법인세 문제도 삼일측이 감자(減資·자본금 감소)와 출자전환 규모를 조절,최소화해주고 법인세 납부금액을 인수대금에 반영시켜 줄 경우 전향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IC(한국기술투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세아는 지난달 입찰에서 골드만삭스보다 3백억원 적은 3천9백억원(±7%)의 인수금액을 제시,2순위로 밀렸었다. 매각 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은 "골드만삭스에 지난 18일까지 조건 철회가 가능한지에 대한 최종 답변을 요청했으나 응답이 없었다"며 "현재는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ㅏ 삼일측은 조만간 골드만삭스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이 오지 않을 경우 인수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세아제강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하겠다는 내용의 승인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특수강의 인수 후 운영계획과 사업전망에 대한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인수전에 뛰어든 골드만삭스가 인수 포기를 위한 명분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