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국 노동계의 축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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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부과방식이 다른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통합하는 것은 직장인의 '유리지갑'을 강탈해 자영업자(지역가입자)를 도와주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입니다."
19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 산하 공공부문 총파업 투쟁 출정식에 참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직장노조 관계자는 오는 7월부터 시행 예정인 '건보재정통합'을 '강도짓'에 빗대며 핏대를 올렸다.
하지만 노조의 투쟁명분이 옳고 그름을 떠나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체가 노노갈등,여야간 정쟁,양대 노총간 경쟁 등 최근 노동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모습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공단은 한국의 암울한 노동현실의 축소판'이란 말조차 나올 정도다.
2백27개 지사,1만5백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현재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재정통합(건보통합)' 문제를 놓고 격심한 내부 분란에 휩싸여 있다.
복수노조가 있고 노조마다 정치적 성향과 건보통합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
2000년 7월 출범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조합원 5천2백명을 거느린 '전국사회보험노조'와 조합원 2천9백명을 두고 있는 '국민건강공단직장노조'등 2개의 노조를 갖고 있다.
지역의료보험조합 노조가 전신인 '전국사회보험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으로 민주당과 함께 건보재정통합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노총 소속인 '국민건강공단직장노조'는 건보재정통합을 반대하는 한나라당의 지원을 얻고 있다.
두 노조가 건보재정통합 문제로 갈등을 빚다 보니 회사 사정이 말이 아니다.
직원(노조원)들의 견해가 두동강 나고 때론 직원끼리 서로 멱살을 잡는 웃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경영진들은 역학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특히 이달말 이사장을 포함,경영진 4명의 임기가 끝나 경영진의 갈등 봉합 노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공단측 관계자는 "복수노조여서 노사관계를 정립하기에도 힘겨운데 내부분열에다 정치적 외풍까지 불어닥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푸념을 남의 말처럼 흘려들을 수 없는 것은 왜 일까.
김태철 사회부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