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올 임단협의 핵심쟁점 중 하나인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주장하는 노조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다른 대형 사업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STX조선 등 현재 임단협이 진행 중인 조선업체에 결정적인 '가이드 라인'으로 작용,노조의 압박수준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하청업체의 노조 결성과 산별노조 전환 움직임과 맞물릴 경우 사실상 하청업체의 단체교섭권마저 인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재계 일각에서는 제기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이번 합의로 회사가 추가로 떠안게 되는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의 경우 하청업체 숫자만 60여개로 총 인원이 6천여명에 이른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하청업체 경영진을 통해 합의내용을 지키도록 유도할 방침이지만 우선 계약물량 공사비용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보전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대부분의 하청업체들이 기본급의 3백% 안팎을 지급해 준 만큼 성과급 부담도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근로시간을 주 44시간에서 42시간으로 단축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협력사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노조를 설득,합의안에는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추후 논의키로 하는 등 점차 정규직원과 동등한 대우를 해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이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원가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다"며 "대우조선의 합의가 '방향타'로 작용할 경우 모든 업체의 장기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대부분의 조선업체의 경우 하청업체 근로자가 전체 작업인원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대우조선의 이번 합의가 알려지자 상당히 곤혹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총이 올해 임단협 체결지침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측 요구를 수용한 것은 대우조선의 '공기업적 지배구조'가 이번 합의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인없는 회사'라는 점과 올 상반기 대량 수주로 작업량이 급증하면서 안정적인 제작인원의 확보가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우조선도 이 점을 의식,비정규직 처우개선 사항은 본 협약서에 명문화시키지 않고 비공개 별도 협약형태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노조는 이번 합의안에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비정규직 관련 사안이 임단협에서 공식 거론되고 부분적으로나마 합의점을 찾은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