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이 파업 이틀째를 맞으면서 예금 인출 사태가 심화돼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관련기사 A3,4면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조흥은행에 현금 2조원을 긴급 지원했다. 그러나 고객들의 예금 인출은 앞으로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파업이 장기화되면 조흥은행은 치명적인 경영 위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6∼18일 사흘간 조흥은행에서 빠져 나간 예금(신탁?종금 제외)은 2조1천3백40억원에 달했다. 특히 파업이 시작된 18일에는 종금계정에서만 2조원이 인출되는 등 이날 하루 전체 예수금 이탈 규모가 3조원에 육박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파업 이후 개인 고객들 뿐 아니라 국민연금이나 종금사 등 기관들도 CMA(어음관리계좌) 등에 맡겨 두었던 단기 자금을 빼내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흥은행의 전체 원화 예수금 규모가 50조5천억원대임을 감안할 때 이는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라는 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특히 일부 영업점에서는 파업 이후 현금이 모자라 인근 다른 은행에서 현금을 빌려 오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은은 조흥은행이 심각한 자금 부족 사태를 겪자 19일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주는 방식으로 2조원을 긴급 지원했다. 한은은 환매채 매입 등에 한계가 있을 경우 조흥은행이 갖고 있는 기업어음을 담보로 유동성 조절 대출을 해주거나 다른 은행들이 하루짜리 콜자금을 빌려주도록 독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어떤 방식으로든 긴급자금을 지원할 것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예금 지급 요청에 응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예금 인출 규모가 예상보다 커 경영상태가 급속히 악화될 가능성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19일 오후 현재 조흥은행의 전국 4백76개 점포 가운데 1백70개가 영업을 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문을 열지 못한 점포는 1백7개였지만 오후 들어 일손이 모자라 63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그러나 조흥은행 노조는 이날 전국적으로 70개 거점 점포만 정상 영업을 했다고 주장했다. 차병석·안재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