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머리 좀 굴리면 어때? ‥ '착하지 않은 사람이 잘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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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법칙'이라는게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항상 악을 원하면서도 언제나 선을 만들어내는 힘의 일부"라고 자신을 소개한데서 나온 말.
우리 주변에서도 불순한 의도에서 시작된 일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사례는 매우 많다.
책을 베껴쓰는게 너무 귀찮아 '잔머리'를 굴리다가 인쇄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 걷는게 싫어서 자동차를 만들게 된 카를 벤츠, 암산이 지겨워 주판이나 전자계산기 컴퓨터를 만들어낸 사람들…
신간 '착하지 않은 사람이 잘되는 세상'(디르크 막스아이너 외 지음, 안인희 옮김,한국경제신문, 1만원)은 게으르고 이기적인 사람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사회를 이끈다고 말한다.
생뚱한 소리 같지만 찬찬히 뒤집어보면 번뜩이는 역설의 지혜로 가득하다.
책은 선량하면서도 무능한 사람이 부지런하면서도 비효율적인 사람과 닮았다고 꼬집는다.
반면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면서도 상황 판단이 빠른 사람은 시간 낭비 없이 현명한 성과를 올리는 '선인'이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에도 적용된다.
1장에 나오는 예화.
2차대전 직후 영국의 젊은 장교 카우퍼스웨이트는 홍콩 총독관청 건설 자문역으로 파견됐다.
경제상황과 사회체제는 최악이었지만 그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뒀다.
그런데 영국인의 어떤 충고나 지시 없이도 사람들은 아주 잘 해나갔다.
재무부 수석비서로 승진한 그는 계속 '게으름'을 피웠고 관공서의 경제활동 개입을 피했다.
그 결과 자원이 전무한 홍콩은 1인당 국민총생산 2만5천달러의 복지국가가 됐다.
같은 기간에 계획경제체제인 중국의 1인당 국민총생산은 8백60달러였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도 그렇다.
처음엔 군사적인 목적으로 출발했다가 포르노의 바다로 변했고 나중에는 여성들의 취업률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이다.
의심 많고 돈만 밝히는 다빈치가 돈 많은 사람을 위해 그린 '모나리자'가 시공을 뛰어넘는 예술로 각광받는 것 또한 아이러니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다이애나 왕세자빈보다 사랑받지 못했고 오히려 엄청난 욕을 먹었지만 결국 신경제의 탄탄대로를 닦은 공도 '역설의 거울'로 비춰보면 뚜렷이 보인다.
이쯤 되면 저자들의 또 다른 질문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젊은이들에게 돈을 투자하면 미쳤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성공해서 당신이 50%의 지분을 갖게 되면 착취자라는 욕을 먹더라도 모험을 계속하지 않겠는가?'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