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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미술작품의 독창성 ‥ 김순응 <서울옥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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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oonung@seoulauction.com > 작품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그 중에서도 한 작가의 작품세계가 세월을 따라 변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더욱 흥미롭다. 작가의 끊임없는 고뇌가 작품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드러날 때도 감동을 받는다. 그러나 내가 모든 작품전시회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내가 싫어하는 것은 아는 사람의 청(請)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소위 '민원성(民願性)'전시관람이다. 전시라는 것이 보통 1주일 정도는 지속되는 것이어서 갈 수 없는 핑계거리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화환이라도 보내줬으면 하거나, 은근히 작품이라도 한 점 사주기를 바랄 때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대개는 작가가 없을 만한 때를 골라 잽싸게 방명록에 다녀갔다는 흔적만 남기고 돌아오기 일쑤다. 지난주에 이런 전시에 초대받아 갔다. 입구에 즐비하게 놓여 있는 화환을 비집고 전시장에 들어선 나는 깜짝 놀랐다. 벽에 걸려있는 그림들이 꽤나 이름이 나 있는 원로 화가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내가 잘못 왔나 하는 일 순간의 착각에서 벗어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서명이 달랐다. 나는 대번에 돌아가는 상황을 짐작했다. 그날은 운이 없게도 작가와 마주쳤다. 그 작가는 묻지도 않는 내게 누구한테 배우고 있는 지를 말했고 내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스승의 그림을 흉내낸 것이었다. 그리고는 나에게 자기의 작품이 어떠냐고 물었다. 나는 "예, 참 좋습니다" 하고는 서둘러 전시장을 빠져 나왔다. 어느 작가의 작품에서 감동을 받는 것은 그 안에 작가만의 영혼을 자기만의 테크닉으로 표현해 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독창성인 것이다. 고흐는 자기의 친구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나는 헤르코머가 이미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들을 위해 미술학교를 열었을 때 한 말이 마음에 드네. 그는 학생들에게 부디 자신이 그렸던 방식에 따라 그림을 그리지 말고, 스스로의 방식으로 그리라고 격려했지. 그리고 자기의 목표는 헤르코머의 학설을 따르는 사도 집단을 만드는게 아니라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표현 양식을 확립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지. 사자는 원숭이 짓을 하지 않는 법이라네"라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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