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중인 조흥은행에서 고객들이 예금을 빼나가는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조흥은행에 따르면 파업 사흘째인 20일 현재 자금부족규모(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준비자금의 부족액)가 4조2천5백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19일 자금부족액보다 1조4천억원 늘어난 것이다.


자금부족액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은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파업 전날인 지난 17일 이후 20일까지 조흥은행에서 빠져나간 자금 규모는 6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7일엔 7천억원, 18일 3조5천9백억원, 19일과 20일 각각 1조원(추정)씩 예금이 인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 19일 환매조건부채권(RP)을 되사주는 방식으로 조흥은행에 지원했던 하루짜리 자금 2조원의 만기를 이날 오전 연장해 줬다.


한은은 또 하루짜리 콜자금으로 1조4천5백억원을 빌려줬다.


조흥은행의 자금부족 사태는 내주초엔 더욱 심각한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조흥은행 지동현 부행장(자금본부장)은 "다음주엔 자체적으로 콜자금을 빌릴 수 있는 여건이 악화돼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 같다"며 "내주까지 파업이 지속될 경우 오는 23일엔 한은에 유동성조절대출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도 이날 "조흥은행의 자금 부족이 심화될 경우 다음주 월요일(23일)쯤 유동성조절대출을 해줄 방침"이라며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 없이 조흥은행에 지원할 수 있는 대출 규모는 총 3조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어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3조원의 유동성조절대출로도 조흥은행의 자금난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대출한도를 증액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은 최종 대부자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며 조흥은행이 고객의 예급지급 요청에 응할 수 없는 사태는 절대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흥은행도 설령 파업이 6월말까지 장기화되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예금지급 불능사태는 없을 것이라며 고객들이 지나친 걱정으로 불필요한 자금을 인출하는 것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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