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정권을 위한 국가정보원 시대를 끝내고 국민을 위한 정보 서비스 기관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정원을 방문,"지속적 개혁으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효율적으로 국가이익에 기여하는 완전한 정보 전문기관으로 탈바꿈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고영구 국정원장은 △탈권력화로 권력기관으로부터 전문성있는 정보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탈정치화로 정치개입적 임무에서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를 하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재탄생하면서 △엄격한 법 적용으로 새로운 정보환경·시대환경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4대 개혁방안을 보고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국정원 일반직원 1백70여명과 함께 한 오찬간담회에서 "과거 일부 조직과 소수 사람들의 명령을 받고 일한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며 "정권을 위한 국정원 시대를 끝내고 국민을 위한 국정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세청 검찰 경찰 국정원 등 4대 권력기관에 의지하지 않는 정부를 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 4∼6급 직원 5명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노 대통령과 나란히 앉는 '헤드 테이블'에도 간부가 아니라 평직원들이 배치되는 등 몇몇 파격적 요소가 보였다. 스스로 강조한 '권력기관의 탈권위주의와 국민봉사 기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날 노 대통령은 국정원의 개혁방안에 대해 '만족한다'면서도 "과거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며,이 시대에 국민이 원하는 흐름과 방향에 맞게 성공사례가 나오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테러 마약 밀수 등 국제범죄에 대해 국정원이 좀더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해달라"는 한 직원의 건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과거 국정원이 국민들한테 완전한 신뢰를 주지 못했던 시기가 있는 만큼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으면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날 보고한 개혁안은 마음에 들지만 실천이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원에 기대지 않고 일일보고조차 받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이런 약속을 임기끝까지 지켜낼지가 주목거리다. 노 대통령은 이날 직원들과 대화하면서 "보고서는 책임있는 (청와대) 참모들이 보고,책임있는 참모들을 통해 보고를 받고 있다"말해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음을 밝혔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