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기존 사회주의체제와의 마찰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하느냐였다. 그래서 중국은 점(點)- 선(線)- 면(面)을 거치는 순차적 개방방식을 택함으로써 커다란 충격없이 정치적 혼란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러한 개방방식은 1980년대 해안선을 따라 선전 주하이 선터우 샤먼 등이 특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실천에 옮겨졌다. 북한도 지난 91년 나진ㆍ선봉지구를 경제특구로 지정해 외국인투자 유치에 나섰다. 그러나 인프라시설의 미비와 북한정부의 지나친 간섭으로 실패로 끝났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내놓은 파격적인 조치가 신의주 경제특구였다. 초대 행정장관에 네덜란드 국적의 중국 부호 양빈(楊斌)을 내정한 것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주체사상의 이념을 감추려는 '대외 이미지용'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양빈이 뇌물공여와 사기 등으로 중국당국에 체포되면서 신의주특구는 별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북한은 공석인 행정장관에 대외경제협력위 제1부위원장인 계승해를 임명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그가 어떤 인물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북핵으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을 개혁·개방이라는 정책을 표방하면서 이를 완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분히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신의주특구는 모험적일 정도로 획기적인 내용들이 많다. 독자적인 입법 행정 사법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외국투자자들에게 50년간의 토지이용권을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내용만큼 외국투자자들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북한 지도자들의 즉흥적인 깜짝쇼라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는 오랜 기간 사상해방 실사구시라는 사상이론적 조정을 거친 뒤 이를 당의 공식노선으로 채택하고 법제화하는 과정을 거쳤다. 개혁ㆍ개방에 대한 충분한 토론과 시간적 여유를 가진 것이다. 신의주특구의 성공여부는 한국기업 진출에 달렸다. 여기에는 북핵 등에 대한 북한의 신뢰가 우선돼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