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전경련 부회장 기자간담회] '현명관 부회장이 본 이건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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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 부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청년시절 '가진 자에 대한 자신의 반감'을 이건희 회장과 연결시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처음엔 이 회장을 부모를 잘 만난 사람 정도로 생각했었지만 이 회장의 기업인으로서의 과감한 판단력 등이 삼성을 성장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기업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현 부회장의 경험담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반(反)기업정서, 반재벌정서'와 관련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음은 현 부회장의 주요 발언 내용.
"제주에서 태어나 서울고에 진학했다.
당시 서울고엔 명문가 집안 자손들이 많았다.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서도 2,3학년 때까지는 가진 자들에 대한 반감 같은 것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감사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다른 그룹과 달리 삼성을 '조지기'는 쉽지 않았다.
삼성을 조지는데 성공하면 월척을 낚은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한솔제지(당시 전주제지)에 들어가면서 삼성에 합류했다.
한솔제지에서 이 회장을 먼 발치에서 바라볼 수 있었지만 '부모 잘 만난 사람' 정도로 생각했다.
이런 생각은 사장이 되기 직전까지도 이어졌다.
이 회장이 회장에 취임할 때 연설문을 읽는 것을 보고 "써준 것 읽는 일이야 누가 못 하나"라고까지 생각했다.
그러다가 1990년대 초반 한국비료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기업인으로서 이 회장의 통 큰 성격에 놀랐다.
한국비료는 고 이병철 회장 때부터 삼성이 갖고 싶어했던 기업이었다.
그래서 인수가를 써내면서 경쟁업체에 비해 무려 2백억∼3백억원 이상 높게 써내서 인수했다.
이 회장에게 전화를 해서 인수는 했지만 가격을 너무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나무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이 회장은 "잘했어, 우리가 갖고 싶은 회사였는데 그 정도는 지불해야지"라고 통 크게 말하면서 수고한 직원들에게 돈도 주고 휴가도 보내라고 했다.
두번째 경험은 90년대 중반 반도체 가격이 급락했을 때였다.
당시엔 일본 업체들도 설비투자를 줄이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 회장은 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개 라인(약 8천억원)을 증설하는 투자를 하라고 했다.
이 투자는 1∼2년 뒤에 효과를 드러냈다.
이 때 이 회장의 탁월한 사업가적 판단력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