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일본연구소(소장 강재호 교수)는 20일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부산 해운대 메리어트호텔에서 '한ㆍ일관계의 종합분석,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한ㆍ일 국제심포지엄을 열었다. 21일까지 열리는 이번 심포지엄에는 한ㆍ일 양국의 전문가 40명이 참가해 정치 외교, 사회 문화, 경제 경영, 과학 기술의 4개 분과로 나뉘어 분야별로 한ㆍ일관계를 분석, 전망한다. 첫날 개회식에선 박재윤 부산대 총장의 개회사와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의 축사에 이어 공노명 전 외무부 장관이 '한국으로부터 보는 한ㆍ일 협력의 과거, 현재, 미래'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 ----------------------------------------------------------------- ◆ 일본에서 바라보는 한ㆍ일 기업경영의 차이 (핫토리 다미오 도쿄대학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교수) 1997년 경제위기를 전후해 한국 기업 경영의 변모는 괄목할 만하다. 10년 이상의 장기 정체에 빠져 있는 일본으로선 한국경영의 변모와 눈부신 경제회복은 매우 흥미로운 분석 대상이다. 모리카와 히데마사 교수는 일본기업의 경영 형태를 역사ㆍ통계적으로 분석해 기업이 '창업자 기업→가족 기업→경영자 기업'으로 변화하는 경향을 규명했다. 한국 기업은 지극히 오너의 '사적 존재'로 의식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확실히 기업 그룹이나 기업의 가족에 의한 계승이나 분할, 톱 경영진의 계승, '오너'라고 불리는 톱 경영진에 집중된 의사결정권 등 한국에 있어 기업이 '사적 존재'라고 이해되는 이유는 매우 많다. 이는 한국 경제 발전의 역사가 아직 짧고, 그것을 담당한 기업도 현대 및 삼성의 경우 겨우 제2세대, 매우 역사가 길다고 여겨지는 LG나 두산, 경방 등 조차도 제3세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를 제외한 삼성, LG 등의 대재벌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인 1997년을 비교적 무난히 넘겼다. 거기에는 정부의 금융자유화 정책, 원화값 하락에 의한 외자 도입, 정리해고제 도입에 의한 고용조정 등의 요행에 도움받은 점은 있다. 하지만 삼성이나 LG, 또는 SK 등은 위기를 전후해 증자를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 기업 매각이나 외자 도입에 의한 현금흐름 개선으로 신규 사업을 펼쳤다. 이러한 민첩한 대응책이 가능했던 것은 정부의 엄한 대응책도 있었지만, 오너 가족이 그룹 존속에 강한 위기감을 느껴 어떤 종류의 호기에도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오너에게 권한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위기를 통과한 한국 기업의 경영을 바라보면서, 한국 경영은 의외라고 말할 만큼 적응력을 발휘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적응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요소의 한 부분이 비판의 대상이 됐던 '전통적인' 성격이었다는 점인 것이다. 전통적인 것과 근대적인 것과의 공존이 한국 경영의 적응성을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 한국학자가 바라 본 일본기업의 허와 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일본 기업들이 최근 들어 세계경제에서 낙오자가 되고 있는 듯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번째는 경쟁에 대한 접근 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즉 일본식 경영은 오랜 역사를 통해 효율성 제고를 지향, 세계 최고의 효율적 경영과 생산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전략이 결여돼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과 발전전략이 부족하다. 두번째는 일본 특유의 관료적 자본주의(bureaucratic capitalism)이다. 일본 기업에 필요한 것은 1등기업으로서의 전략, 즉 경쟁의 원칙 속에서 경쟁역량을 갖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나가는, 메커니즘에 의한 경쟁전략인 것이다. 세계 시장에서의 선도기업은 결코 생산과 업무효율성의 극대화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는 없다. 끊임없이 2,3위 기업과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새로운 경쟁의 표준을 스스로 세워감으로써, 글로벌 경쟁기준 속에서 승리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독특한 장기비전 과제 선정, IT의 창조적 활용을 통한 경쟁력 제고, 혁신적 산업구조 형성과 신산업 개발, 조직모델의 현대화 등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도 취해져야 한다. 성공이나 위험감수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도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