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넌은 생전에 자신의 일본인 부인인 오노 요코(70)에 대해 '너무 유명한 무명작가'라고 소개했다. 미술 음악 영화 퍼포먼스 등 여러 장르에 걸쳐 작품활동을 해 왔지만 레넌의 유명세에 가려 모든 사람이 그녀의 이름은 알되 하는 일은 모르는 그런 존재였기 때문이다.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오노 여사의 회고전 'Yes Yoko Ono'는 존 레넌의 부인으로서가 아니라 전위예술가로서 40년에 걸친 그의 예술세계를 조명한 전시다. 설치와 오브제 비디오 영화 사진자료 등 1백26점이 출품됐다. 지시문(instructions) 작업인 '그레이프 프루트(Grapefruit)',오브제 작품인 '바람의 반(Half-a-Wind)',퍼포먼스와 영화로 제작된 '파리(Fly)',자료를 통한 개념작업인 '이것은 여기에 없다',존 레넌과 공동으로 작업한 '전쟁은 끝납니다' 등 6개의 주제로 구성됐다. 이 전시는 2000년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미국내 6개 미술관에서의 순회전 이후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리는 것이다. 부유한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난 오노는 뉴욕에서 거주하던 196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예술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미술계에는 팝아트가 모더니즘의 반작용으로 등장하면서 백남준,조지 마치우나스 등이 가담한 플럭서스(Fluxus·반예술적인 전위운동)가 일고 있었다. 오노는 플럭서스 예술가들과 가깝게 지냈지만 그의 예술은 그 틀을 넘어섰다. 오노의 독자성은 작가와 관람객간의 벽을 허물고 일상과 예술의 교감을 줄기차게 추구했다는 점이다. 설치작인 '바람의 반'에는 의자 탁자 그림액자 등 일상 사물들이 등장하는데 모두 절반만 있을 뿐이다. 나머지 절반은 관객의 몫이다. 삼성미술관 태현선 전임연구원은 "그의 작업은 작품을 완성하는 역할의 반을 관람객의 몫으로 남겨둬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9월14일까지.(02)2259-7781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