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일대는 주말이나 휴일이면 몸살을 앓는다. 행락객에 쇼핑 인파까지 몰려 도로는 주차장으로 변한다. 차 댈 곳을 찾는 데만 30분 이상 걸리곤 한다. 그래도 시민들의 표정은 밝다. 온 가족이 함께 쇼핑을 하고 영화를 보며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는 서울에선 거의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상암경기장에 복합쇼핑몰이 들어선 지 한 달째인 22일 오후. 강변북로를 달리다 경기장 쪽으로 빠져 나가자 차들이 길에 멈춰 서 있다. 자동차 4천대를 세울 수 있다는 경기장 안팎의 주차장이 초만원이다. 까르푸의 전용 주차장 진입로엔 차들이 1백m나 줄지어 있다. 이곳 주차장 역시 휴일 오전 11시면 꽉 찬다고 한다. 차를 대고 까르푸 1층 매장에 오르니 쇼핑 인파로 걷기조차 힘들 정도다. 한눈을 팔았다간 카트끼리 부닥치기 일쑤다. 장난감 자동차가 달린 '신형 카트'에 올라탄 철부지들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가장 붐비는 곳은 신선식품과 조리식품을 판매하는 코너다. 이곳에선 어른 머리 두 배는 됨직한 수박이 휴일엔 1천통이나 팔려나간다. 2층 분위기는 1층과 사뭇 다르다. 까르푸 매장엔 의류와 가전제품이 잔뜩 진열돼 있지만 그보다는 왼편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쇼핑몰이 훨씬 붐빈다. 유명 유아복,영캐주얼,숙녀복,스포츠용품 브랜드의 1백9개 매장 인테리어는 강남 백화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판매되는 물건의 60%는 나온 지 1년 된 이월상품들. 가격은 정상가보다 40∼80%까지 저렴하다. 나머지는 신상품들로 채워져 있다. 망원동에 사는 고등학생 허인선양(17)은 "학교에 소문이 쫙 퍼져서 와 봤는데 가격이 아울렛 매장만큼 싸고 먹거리 볼거리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피자헛 롯데리아 나뚜루 스타벅스 등이 들어선 먹거리 매장을 지나면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J CGV 상암'이 나온다. 10개 상영관에 1천8백개 좌석을 갖춘 이곳에선 30석짜리 '골드 클래스'관이 이색적이다. 별도 라운지가 있는 골드 클래스 좌석은 비행기 1등석 수준. 음료가 제공되고 일식 도시락도 배달된다. 관람료는 평일엔 2만5천원,주말엔 3만원으로 일반석의 네 배나 되지만 연인들에게 인기를 끈다. 상암경기장엔 할인점 쇼핑몰 영화관 이외에 웨딩홀이 들어서 있다. 8월 중엔 사우나와 수영장을 갖춘 스포츠센터가 문을 연다. 주차난은 갈수록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까르푸는 행락객들이 오랜 시간 할인점 전용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바람에 휴일엔 평화의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온 고객들의 주차비까지 부담하고 있다. 주차난으로 골머리를 앓기는 CG V상암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으로 좌석을 예약하고도 상영시간 전에 주차하지 못해 취소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CGV는 평화의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온 고객들의 주차비는 부담해주지 않고 있다. 10분당 3백원(3시간이면 5천4백원)인 주차비까지 대주고 나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까르푸 이봉진 점장과 CGV상암 이영인 점장은 "평일에 오면 쾌적한 분위기에서 쇼핑과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알려달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상암경기장을 쇼핑몰로 탈바꿈시켜 연간 1백억원이 넘는 임대료를 받고 있다. 경기장을 수익시설로 전환해 성공한 사례라는 평가도 잇따른다. 하지만 정작 시가 운영하는 평화의 공원 주차장엔 안내요원이 단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주차장에 빈 공간이 나도 시민들은 알 수가 없어 무작정 이곳 저곳 헤매고 있었다. 개장 한 달 만에 서울시민의 쇼핑·문화·레저 공간으로 자리잡은 상암경기장.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서울시가 돈벌 생각만 할 뿐 시민들의 불편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글=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