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동문제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학교를 졸업하는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경하기조차 힘들어지고 있어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 대다수 근로자들은 박봉에 시달리면서도 언제 직장생활을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높은 임금과 안정된 신분의 일부 근로자들은 '파업'을 무기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고 있다. 노동문제의 위기를 관리해야 할 정부는 '위기'라는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물론 총리나 장관 누구도 '일자리 위기와 복지 위기에 처해 있으니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보자'는 호소를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노사분규의 해결사가 아니다. 노사문제는 기본적으로 당사자 문제다. 그런데도 노동계가 투쟁의 깃발을 내걸어 시끄러워지면 정부는 사용자에게는 양보를 요구하고 노동계는 다독거려왔다. 그 결과 해당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이익을 보게 됐지만 그 기업과 거래하는 많은 사람과,그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많은 젊은이들은 희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사용자는 증가하는 인건비 때문에 하도급 단가를 깎고,신규 채용을 줄이게 됐기 때문이다. 노동정책은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한다. 그러나 노동정책이 목소리 크고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소수 근로자들의 영향력 하에 있다보니 그렇지 못한 대다수 국민들은 노동정책의 혜택을 받기 어렵다. 이러한 모순 때문에 수습사원 신분이라도 좋으니 일을 배우고 싶어하는 청년이나,취업은 하고 싶은데 기술을 배울 형편이 안되는 주부,임금을 적게 받더라도 더 일하고 싶은 고령자들의 고민을 정부는 외면해 왔으며 제도적 해결 방안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백여일 동안 참여정부가 보여주었던 노동정책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노동정책이 하루 빨리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노동문제는 돌이키기 힘든 상태에 빠지게 된다. 과거엔 정부가 노사분규에 개입하더라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이 노동정책에 대해서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부처 관료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대통령 눈치를 보게 되고,노동정책은 방향성이 흔들리게 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노동정책 개혁에 나서야 한다. 먼저 노동정책이 혼란을 초래한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노동문제의 실상을 정확하게 진단해 정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야 한다. 정부는 노사에 '분쟁은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정부는 노동위원회제도 등 분쟁조정 시스템을 보강해서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선언해야 한다. 이와 함께 낮은 임금과 신분 불안으로 고통받는 근로자들이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동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정책 목표와 우선 순위를 정하고,어떠한 시각에서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정책논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정부는 국민에게 모든 문제는 일자리문제로 통한다고 선언해야 한다. 일자리문제를 해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하면서,복지문제는 물론 노사문제도 일자리 창출과 연계시키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또한 일자리문제는 정치논리로 풀 수 없으며,시장논리와 부합하는 방식으로 노동정책을 펴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노동정책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사결정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노동정책의 개혁을 추진하는 데 대통령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역할을 개선해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이 노동문제를 경험했던 당시와 지금은 시대상황이 다르며,노동문제가 과거에 비해 복잡해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노동정책의 비전만 제시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내각이 책임지고 만들어야 한다. 또한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부처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총리가 부처간의 이견 조정과 협조를 끌어낼 수 있도록 실질적인 권한을 주어야 한다. gotg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