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유리한 투자기회를 좇아 수시로 이동하기 위해 단기간 예치돼 있는 부동자금은 금융시장을 교란시키기도 하고,때로는 부동산 투기자금화하여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유형의 부동자금 규모는 얼마나 될까. 언론 보도에 의하면 3백80조원 내지 4백조원 정도 된다고 한다. 그 규모를 정확히 추정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언론에 보도된 규모는 지나치게 과장돼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5월말 현재 은행 투신사 종금사 및 은행신탁 계정에 예치된 6개월 미만의 단기 수신 규모가 3백68조원이며,은행의 회전식 정기예금을 포함할 경우 4백8조원에 이른다. 언론에서는 바로 이 수치를 인용하는 것 같다. 그러나 금융기관에 예치된 6개월 미만의 수신에는 기업의 운영자금이나 여유자금,일부 기관투자가의 지급준비자산 성격의 예금도 포함돼 있으므로 이를 모두 부동자금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 같다. 예금자에 따라 일상적인 경제활동에 대비해 단기적으로 예치할 수 있으며,이를 결제용 대기성 자금으로 볼 수 있다. 단기수신 중 이를 제외한 부분을 부동자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단기수신의 약 50%가 가계예금이고,기업 금융회사 및 정부의 단기예금은 결제용 대기성 자금으로 간주하고 부동자금을 추정해 보자.가계의 단기예금 중 70% 정도는 일상적인 지출에 대비한 결제용 대기자금이라고 보면 시중 부동자금은 50조∼60조원,많아도 1백조원은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자금의 많고 적음보다 이 자금들이 생산적인 산업자금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투기자금화하여 부동산시장 내지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등 자금흐름의 왜곡이 더 큰 문제이다. 우리나라처럼 인구는 많고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부동산 투기현상은 막아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종업원의 임금인상 요구를 부추기고,생산원가 부담을 가중시켜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경제안정기조를 해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부의 편재현상을 심화시켜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등 사회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중 부동자금이 부동산 투기자금화되는 것만은 차단해야 한다. 최근에 발표된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은 그 효과가 매우 크리라 예상되며,앞으로는 비록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부동산 투기억제책은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강한 의지 표명이 뒤따라주었으면 한다. 최근 주식시장은 약간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 주가가 상승하면 기업의 자본비용이 낮아져 기업은 보다 쉽고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돼 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다. 국민연금이나 기업연금 등이 주식시장에 장기투자자로 참여하게 되면 주가상승으로 인해 부의 배분이 전 국민에 확대됨으로써 사회안전 기반이 구축될 수 있다. 기업 스스로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주주중심의 경영이 이루어지도록 개선함으로써 잠재 투자층을 확대하고,정책 당국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더욱 강화해 부동자금의 유입이 확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채권시장을 활성화해 부동자금의 산업자금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국채시장의 수급구조 불균형에서 야기되고 있는 최근 채권시장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산업은행 같은 신용도가 높은 국책은행들이 장기채권을 발행해 사회간접자본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투자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채권시장을 통해 부동자금이 선순환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자신탁회사들의 구조조정을 가시화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킴으로써 이들이 채권시장에서 매수 주체 본연의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 회사채시장 활성화의 첩경이다. 또한 신용평가업의 선진화를 통해 신용등급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고,이에 따라 등급별 수익률의 차별화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예를 들어 A등급 채권과 BB-등급 채권 수익률 격차가 10% 정도)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도 채권시장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이다. wychoi@bo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