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특검수사 연장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대북송금 의혹사건에 대한 송두환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25일로 70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리게 됐다. 송두환 특검팀은 23일 "대통령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존중할 것"이라며 "특검 수사가 종료되는 25일까지 최선을 다해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그러나 "정치적 독립성이 보장돼야 할 특검수사가 정치적 고려에 의해 중단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혀 수사 조기종결에 따른 아쉬움을 내비쳤다. 특검팀은 25일까지 북송금 관련자들을 일괄기소키로 했다. 이와 관련, 특검팀 관계자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공소장에 거론된 17명중 이미 사법처리된 6명을 제외한 나머지 11명에 대한 사법처리는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르면 오는 26일께 '북송금 성격' 등을 포함한 최종수사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 성과와 과제 =이번 특검수사의 최대 성과는 2000년 6월 북송금이 청와대-국정원-현대그룹의 공모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졌음을 밝혀낸 점이다. 특검팀은 현대측이 2000년 6월초 정몽헌 회장과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지시로 1억5천만달러를 송금한데 이어 국정원 협조를 받아 현대상선을 통해 2천2백35억원(2억달러)을 북측에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특검팀은 산업은행이 현대상선 및 현대건설에 총 5천5백억원을 대출해 주는 과정에서 박지원 전 장관과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개입한 혐의를 밝혀냈다. 또 현대측이 1백50억원의 비자금을 박 전 장관에게 건넨 사실을 밝혀낸 것도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특검팀은 수사기간 종료로 현대 비자금 조성 의혹과 박 전 장관의 1백50억원 수뢰 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짓지 못하게 됐다. 또 특검수사의 최대 목표였던 북송금의 성격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밝혀내는 것도 남은 과제다. 북송금된 5억달러 가운데 공소장에 나타난 4억5천만달러 외에 5천만달러의 송금 경로와 추가송금된 '플러스 알파'가 있는지 여부 등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 "최종수사 결과발표에서 북송금 성격을 언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 1백50억원 비자금 수사 =특검팀이 남겨놓은 과제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박 전 장관에게 건네졌다고 알려진 1백50억원의 현대 비자금 수사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검찰에 이첩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야권에서 새로운 특검법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 검찰이 이 사건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검찰엔 현재 박 전 장관이 이익치 전 회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ㆍ고발한 사건이 계류 중이다. 검찰은 '북송금' 사건을 이첩받을 경우 곧바로 고소ㆍ고발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대검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정도를 걷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대북송금 후속수사를 맡게 될 경우 누가 수사주체가 될 것인가를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격론을 벌이고 있다. 김후진ㆍ이태명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