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3일 대북송금 의혹사건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하고 한나라당이 즉각 강도높은 대여투쟁을 선언하고 나섬에 따라 당분간 정국이 '파행'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새 특검법 제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노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방안까지 다시 들고나오고 있어 양측의 감정대립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청와대=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1백50억원 수수 의혹사건에 대해선 "특검과 별개로 다루는 것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검찰에서 수사할지,새로운 특검에서 수사할지의 판단은 남아 있으며,새로운 특검 도입 여부는 국회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문제(특검연장 여부)를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법리이며,법적으로 별개사건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노 대통령의 결정은 특검의 수사기간을 연장할 경우 남북정상회담의 의미가 크게 평가절하될 수 있는 데다 앞으로 남북관계를 풀어 나가는 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받아들이면 전통적인 지지층이 이탈하고 민주당의 내분이 심화돼 각종 개혁프로그램을 추진하는데 큰 부담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떤 경로가 됐던 1백50억원 수수의혹에 대한 진실규명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 대통령은 이 의혹에 대한 조사 의지는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노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한 데 대해 한나라당은 "국민을 우습게 아는 반(反)의회적 망동"이라며 '총력적 투쟁'을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이같이 방침을 정하고 새 특검법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오는 30일이나 내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노 대통령이 새특검법을 거부할 경우엔 국정조사를 요구,투쟁수위를 높여가기로 했다. 박희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국민적 심판과 역사의 단죄를 받을 것을 확신한다"면서 "현 정부의 단 하나 업적이라면 특검제를 실현한 것인데 노 대통령이 이마저 허물어뜨려 독선과 독주,반민주의 길로 들어섰다"고 격앙했다. 한나라당은 또 의원총회 결의문을 통해 "대북송금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실체적 진상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며 연장거부 철회를 촉구했다. 당 '대북뒷거래조사특위'는 법안작성 소위원회를 구성,새 특검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특위는 새 특검법안에서 수사대상을 △현대비자금 의혹 △산업은행 대출금 4천억원 중 송금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1천7백여억원의 행방 등으로 확대키로 했다. 김형배·허원순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