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매각이 적잖은 진통을 겪은 끝에 일단락됨에 따라 외환위기 이후 5년 넘게 정부 주도로 추진돼온 은행권 구조조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부터 본격 추진될 투신ㆍ카드ㆍ보험 등 2금융권 구조조정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올해안 투신문제 해결'을 몇차례나 강조, 투신을 중심으로 2금융권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태다. 김진표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2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남은 구조조정 과제와 관련, "한국ㆍ대한 등 투신사들은 금융시장 상황과 경영상태를 점검해 시장원리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용카드발(發) 시장불안이 상존하는 데다 투신권 구조조정을 위한 묘책도 없어 2금융권 구조조정에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 잔존하는 카드채 불안 정부는 '4ㆍ3 카드사 지원 대책'을 발표한 이후 개별 카드사로 하여금 자본확충 등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추진토록 한게 어느 정도 효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LGㆍ삼성ㆍ국민 등 상위 3개 카드사의 자구노력이 계획대로 끝나면서 '위기론의 완전 소멸'을 주장하기도 한다. 여기다 스탠더드 차터드, 론스타펀드, 씨티은행, HSBC 등 외국계 은행과 투자펀드가 잇달아 국내 카드사 인수를 타진하면서 카드업종 수익 전망이 괜찮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확산되는 추세다. 그러나 7월 이후 만기가 찾아오는 21조7천억원 규모의 카드채 만기 연장이 순조롭게 이뤄질지가 중요한 관건이다. 카드사들이 은행 및 투신권에 만기 연장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이 오는 6월말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실시할 경영평가에서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카드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연체율을 10% 아래로 낮춰야 하지만 5월말까지 평균 11%를 웃돈 것으로 파악됐다. ◆ 대책없이 방치된 투신 부실 정부는 투신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줄잡아 4조∼5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현실적으로 자금 조성이 쉽지 않고 차후 매각(개별 또는 합병후)을 추진할 때 과연 마땅한 인수처가 있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 99년 12월 금감위로부터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된 한투와 대투증권은 각각 4조9천억원과 2조8천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주식 현물출자 포함) 및 공공자금을 지원받았지만 경영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두 회사는 누적 부실로 인해 지난 해에만 각각 1천8백83억원과 1천2백1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자본금도 지난 3월말 현재 완전 잠식된 상태로 자본총계는 각각 마이너스 8천3백19억원과 마이너스 4천48억원이다. 지난 2000년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뒤 한동안 개선되는 듯했던 재무구조는 작년 증시침체 여파로 다시 악화돼 두 회사의 총 누적결손은 8조7천억원을 웃돌고 있다. 미국 푸르덴셜사와 매각 협상이 진행중인 현투증권도 지난 3월 양해각서(MOU)를 맺었지만 가격협상에서부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투신사 관계자는 "한투ㆍ대투 처리가 늦어지면서 생존을 위한 투신권의 출혈경쟁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서둘러 자금을 투입해 정상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카드발 시장불안도 부실화된 투신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수언ㆍ박민하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