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예산심의와 재정분석 등을 전담하는 예산정책처 신설 법안이 국회 운영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이 법사위,국회본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경우 국회의 핵심권능 중의 하나인 재정통제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국회측의 설명이다. 물론 국회에 예산처를 신설한다고 재정낭비를 줄일 수 있다면 이는 바람직한 일이겠으나 과연 그렇게 될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국회에는 예산정책국,예결위에 50여명에 이르는 상근인력을 두고 국회의 예산심의를 보좌하고 있다. 그런데도 부실 심의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국회의원의 전문성 부족과 나눠먹기식 관행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 재정통제권을 강화한다면 재정낭비를 줄이기는커녕 되레 키우게 될 게 뻔하다. 예산통제권을 빌미로 정치적 사업이나 지역구 사업을 경쟁적으로 예산에 반영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운영위가 의결한 법안을 보면 예산정책처장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장치가 미흡하고,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된 전문가들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낼지 의문시된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를 지울 길이 없다. 만일 일각의 우려대로 당료나 정치권 인사가 나눠먹기식으로 임명된다면 예산정책처가 정치적 사업이나 나눠먹기식 예산배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조직으로 전락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게 된다. 이는 운영위 심의과정에서 의원들 스스로가 제기한 문제이기도 하다. 이처럼 효과가 의문시되는데 비해 행정부의 업무부담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도 문제다. 지금도 행정부는 국회답변 준비다,방대한 국정감사 자료제출이다 해서 대국회 예산관련 업무부담이 지나치게 과중하다. 여기에다 예산정책처가 자료제출권을 남발하게 된다면 과연 행정부 업무가 제대로 돌아갈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국회 예산정책처는 미국의 의회예산처(CBO)를 모델로 삼고 있으나 이를 그대로 원용하는데는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헌법상 예산편성권이 의회에 있으나 우리나라는 행정부에 있어 업무중복이 불가피하게 되고 사실상 예산편성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논란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회는 예산정책처를 신설하기보다는 기존의 국회내 관련조직의 전문성을 보강해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실 예산심의를 없애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전문성 보강과 나눠먹기식 관행 근절이 선행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