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은 투자 대상인가. 박수근의 작품은 70년대까지 호당 1백만원 정도였다. 미술시장이 위축될 대로 위축됐다고 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지난 5월1일 '서울옥션'의 근·현대 미술품 경매에서도 그의 '아이 업은 소녀'(5호)는 5억5백만원에 낙찰됐다. 이렇게까진 아니더라도 좋은 작품을 고르면 가격변동폭은 작지만 손해볼 일은 적다고 한다. 그러나 미술품의 경우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단시일에 급등하는 일은 거의 없다. 설사 값이 올라도 되파는 일이 드물고 형편이 어려워도 패물보다 늦게 내놓는다고 한다. 수요가 한정돼 있어 구입한 화랑이나 경매사에 부탁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자존심이 몹시 상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미술협회 한국화랑협회 한국고미술협회 등 10여개 단체가 '미술품 양도차액 종합소득세 폐지를 위한 1백만명 가두 서명운동'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미술품 양도세는 90년말 정부가 소득세법을 개정,신설했으나 미술계의 반발에 부딪쳐 올 연말까지 시행이 유예된 것이다. 거래가 2천만원 이상인 미술품(골동품)의 매매 차익에 대해 9∼36%의 종합소득세를 부과한다는 것이 주내용이다. 세금 부과의 근거는 명백하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상속·증여의 편법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는다' 등이 그것이다. 반대 논리도 분명하다. '2천만원 이상'이라는 기준은 작가들의 창작 의욕,특히 대작(大作) 제작시도를 막고 양도세 부과에 따른 심리적 부담과 신원 노출 가능성은 거래를 음성화시키는 데다 고미술품의 해외 반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세수 증대라는 실익은 극히 작고 부작용만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미술품의 특성상 객관적인 가격 산정도 어렵고 물밑 거래가 이뤄질 경우 세원(稅源) 포착 또한 쉽지 않다. 원칙과 현실이 다른 데서 비롯되는 난제인 셈이다. 10년 이상명분과 현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유예'라는 미봉책을 쓰기보다는 세수도 늘리고 미술시장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다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