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盧대통령 취임후 처음 찾은 산업현장' 차중근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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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공장 방문으로 화제에 오른 기업이 있다.
바로 유한양행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3일 유한양행의 경기 군포 공장을 방문했다.
지난 2월 대통령 취임 후 국내 산업 현장을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사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유한양행의 노사문화와 정책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했다.
국가 정상이 유한양행을 방문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스웨덴 칼 구스타프 왕과 아프리카 가봉의 봉고 대통령이 이전에 방문했었다.
따라서 이번이 세 번째인 셈이다.
매출 규모로는 그다지 큰 기업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상들이 유한을 찾게 된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유한은 창립 이래 77년 동안 단 한 번도 노사 분규를 겪지 않았다.
지난 22일이 바로 창립 77주년 기념일이었다.
유한에 노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75년 노조가 설립됐다.
그런데도 모범적인 노사문화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사원들의 공동운명체'라는 창업자 고 유일한 박사의 경영이념이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이 다녀간 후 임직원들의 사기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열린경영 투명경영으로 노사가 함께 손잡고 경기침체라는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최근 취임 1백일을 맞은 차중근 사장(57)은 "노와 사는 따로 떨어진 게 아니라 한몸이라는 걸 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노사화합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차 사장은 전문 경영인으로 지난 3월 유한양행의 제7대 사장에 취임했다.
74년 입사한 이래 30년 만에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 것이다.
유한은 71년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가 별세한 후 전문 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7명의 전문 경영인이 평사원으로 들어와 톱에 올랐다.
유한의 노사관계를 말로 간단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노사화합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유한 노사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특별나다고 할 수 있을 뿐이다.
일요일인 지난 8일 대북지원 의약품과 일본에 수출할 의약품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군포공장 사원들이 특근을 했다.
차 사장은 이날 수박을 들고 공장을 찾았다.
휴일에 일을 하는 사원들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다음날 노조위원장이 차 사장에게 전화를 했다.
공장을 방문해 노조원들을 격려해줘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노조는 사장의 건강에도 신경을 쓴다.
차 사장이 오전 7시40분 출근해 저녁 늦게까지 일하자 '너무 무리하는 것 같다.
건강에 유의해 달라'며 걱정해줄 정도다.
회사측도 분기마다 경영실적을 공개하고 노사합동 연수회 등을 통해 노조측과 코드를 맞춰가고 있다.
"경영진을 포함한 모두가 종업원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어 노사(勞使)가 아닌 노노(勞勞)관계라는 경영철학이 77년의 기업역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됐습니다."
차 사장은 "공동 운명체라는 상생의 정신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차 사장은 매달 1백만원을 투자해 자사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유한양행의 미래가 밝으며 투자해도 괜찮은 회사라는 걸 몸소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는 회사 임직원이 자사 주식을 많이 가진 기업이 유망한 기업으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그만큼 자기 회사의 앞날에 확신이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차 사장은 현장을 중시한다.
그래서 수시로 생산현장과 영업지점을 방문해 현장의 소리를 듣는다.
군포공장에서 5년간 근무할 때 하루에 4번씩 공장을 둘러보면서 쌓은 현장 감각이 남다르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삐콤씨 콘택600 안티프라민 등 수많은 상품을 히트시켰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차 사장은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일등 제약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