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대표 김정우)의 '펜잘'은 효과 빠른 진통제로 지난 20년 동안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누려오고 있다. 종근당 하면 '종과 종소리'가 쉽게 떠오르지만 여성들은 '펜잘'을 잘 떠올린다. 매달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자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펜잘 이전에 '사리돈'이라는 외국계 로슈의 제품을 들여와 공급했었다. 종근당은 사리돈을 한국의 진통제 대명사로 키워냈다. 그러나 로슈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사리돈을 다시 넘겨주고 말았다. 종근당은 진통제 시장을 다시 찾기 위해 한국인에게 맞는 제품을 독자 개발하고 나섰다. 종근당은 지난 84년 펜잘을 시장에 내놓았다. 브랜드를 결정하는 데도 남다른 고민을 했다. 사리돈이 워낙 유명했기 때문에 이를 누를 수 있는 이름을 찾는 게 급선무였다. 그래서 영어와 한글의 합성어인 펜잘로 선택했다. 펜잘은 'pain(갑자기 오는 쑤시는 듯한 아픔)에 잘 듣는다'의 뜻을 갖고 있다. 진통제 시장 탈환을 위해 종근당은 대대적인 광고와 마케팅에 나섰다. 여성 소비자가 많은 점을 감안해 여성 탤런트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광고 전략은 적중했다. 펜잘은 빠르게 진통제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아갔다. 광고와 마케팅의 영향도 물론 컸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었다. 바로 뛰어난 약효를 빼놓을 수 없다. 펜잘에는 '데아놀'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국내 다른 진통제에는 들어있지 않다. 데아놀은 머리를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펜잘을 복용하는 소비자들은 진통 효과와 함께 머리가 산뜻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남성보다 진통제를 많이 복용하는 여성들이 펜잘을 선호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펜잘은 종근당의 일반의약품 중 가장 오랫동안 판매되고 있는 품목이다. 제품이 나온 후 14억5천4백만정이 팔렸다. 지난해 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신제품 펜잘에스를 포함,1백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측은 지난달부터 판매에 들어간 펜잘에스가 종근당의 전통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펜잘에스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아세트아미노펜과 카페인이 복합 처방된 약이다. 해열 진통작용을 하는 아세트아미노펜 5백mg에 카페인 65mg이 첨가됐다. 미국 의사협회의 임상 가이드라인에 맞춘 진통제라는 게 종근당의 설명이다. 카페인이 아세트아미노펜의 생체 이용률을 향상시켜 진통 효과를 증강시킨다는 것이다. 카페인이 들어간 복합제제가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제보다 진통 효과를 40%나 상승시킨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진통제 시장은 연간 1천1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외 83개사에서 1백80여개 제품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중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의약품을 제외한 일반의약품 시장은 4백억원 규모.펜잘을 포함한 상위 3개 제품이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빅 브랜드의 강세가 두드러진 게 특징이다. 지영수 마케팅 담당 이사는 "고질적인 두통에 좋은 펜잘에스정과 함께 펜잘이 해열진통제 시장을 석권할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